“대입이 ‘운’으로 바뀌었습니다”… 물수능 예상에 수험생 혼란

“대입이 ‘운’으로 바뀌었습니다”… 물수능 예상에 수험생 혼란

기사승인 2023-06-21 06:00:26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1일 서울 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물수능 확정이란 거죠? 국‧영‧수가 물이면, 탐구 과목 선택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로 대학 두 단계는 차이 나겠네요. 대입이 ‘운’ 게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공교육 밖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 등을 강조하며 5개월 앞둔 올해 수능은 쉬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9월 모의평가부터 난이도와 문항 등이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 ‘물수능(쉬운 수능)’ 예상에 학생들의 우려와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물수능에 대해 걱정하는 건 문제 변별력이 떨어져 한두 문제만 실수해도 큰 격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5개월 남았다는 점, 난이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16일부터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물수능인가요. 그럼 누구한테 이득인가요’, ‘올해 수능 진짜 물수능 될까요’, ‘국어 물국어 확정인가요’ 등 쉬운 수능에 대해 우려하는 글이 쏟아졌다.

많은 수험생이 물수능 소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불안해 하는 분위기다. 한 수험생은 “당장 올해 수능을 앞둔 입장에서 화가 난다”라며 “수능이 쉬우면 실수 하나에 대학 라인이 달라진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물수능은 실수해서 한 개 틀리면 2~3등급까지 내려갈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시험”이라며 “공부하지 않은 사람보다 운 좋게 찍어서 맞힌 학생이 더 좋은 성적 받는 시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 같이 죽자는 것”, “그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시험”이라 불만을 토로하는 수험생들도 많았다.

물수능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일부 중하위권 학생들도 있었다. 한 수험생 B씨는 “평균 3등급인데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대체로 문제를 다 풀 수 있으니 기회”라고 했고, 또 다른 수험생은 “중위권인데 쉽게 나오면 유리한가요”라고 물었다. 또 “평균 4~5등급을 받는데 지금부터 공부하면 2등급도 받을 수 있냐”는 글도 있었다.

물수능 최대 피해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물수능으로 불렸던 2015학년도 수능시험에 만점자들이 의예과에 몰려 대거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5년 수능 만점자 총 27명 중 15명이 연세대학교 의예과 정시모집에 지원했고 3명이 불합격했다.

고3이 아닌 재수생 수험생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이 수능이 너무 쉽고 실수해서 틀렸다고 감정을 느끼면,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 한 번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 재수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물수능이 되면 만점자가 늘고 실수 하나로도 당락이 갈려 재수생이 더 늘어날 것” “변별력이 떨어져서 재수생을 양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쉬운 수능이 사교육을 부추길 거란 우려도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수능) 코 앞에서 이렇게 변화를 주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새로운 제도에 적응해야 하니까 오히려 사교육은 더 늘어 날 것이다. (교육) 정책을 바꿀 때마다 사교육은 늘었다”고 예상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동요하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난이도는 시험을 치기 전까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남 소장은 “아직 수능 출제자들도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난이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목표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난도 문제가 없어도 변별력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과서 내 변별력 있는 기조를 예상하고 학습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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