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오, 키티’ 최민영 “우린 결국 사랑을 향해” [쿠키인터뷰]

‘엑스오, 키티’ 최민영 “우린 결국 사랑을 향해”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6-24 06:00:28
‘엑스오, 키티’ 속 배우 애나 캐스카트(왼쪽)와 최민영. 넷플릭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역사 공부에 한창이다. “후삼국 시대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야?” “890년부터 936년” “최초의 국가는?” “고조선” 주인공은 학교에서 부채춤 추는 법을 배우고 명절엔 친구들과 전을 부친다. 한국 전통문화를 홍보하는 영상이 아니다. 한국적 색채를 화면 곳곳에 담은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엑스오(XO⋅사랑을 담아), 키티’. 미국 어섬니스 스튜디오가 만든 ‘미드’(미국 드라마)지만, 서울 국제고등학교가 배경이고 김윤진 등 한국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주인공 키티(애나 캐스카트)의 남자친구 대를 연기한 배우 최민영도 그중 하나다.

최민영은 스무 살의 마지막 날이었던 2021년 12월31일 제작사에 ‘엑스오, 키티’ 오디션 지원서를 냈다. 처음부터 합격을 기대하진 않았다. ‘헐리우드 오디션 과정을 경험해보자’는 도전정신이 더 컸다. 그런데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대와 자신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캐나다에 1년간 머무른 덕에 영어 대사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운명적 만남이란 이런 걸까. 지난 14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최민영은 “‘엑스오, 키티’ 덕분에 배우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큰 전환점을 만났다”고 말했다.

‘엑스오, 키티’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의 스핀오프다. 대와 4년간 장거리 연애를 하던 키티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한국 국제고등학교에 전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대를 만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키티는 그에게 또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한다. 대에겐 그만의 사정이 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대는 부자들이 널린 국제학교에 다니느라 계약 연애를 하던 중이었다. 모든 오해가 풀리고 비로소 사랑이 이뤄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키티가 폭탄 발언을 한다. 대는 그런 키티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최민영. 사람엔터테인먼트

최민영은 대의 모든 행동이 사랑에서 비롯했다고 봤다. “대는 사랑이 많은 친구고,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대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어머니를 일찍 잃었어요. 누군가는 그로 인해 마음을 닫고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는 그런 결핍에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끄집어냈다고, 사랑을 더 베푸는 삶을 택했다고 봤어요.” 최민영은 사랑의 힘을 믿는 점에서 자신도 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부자가 되길 원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죠. 저는 그 모든 목표가 사랑을 향한다고 생각해요.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꿈꾼다고요.”

11세였던 2012년 뮤지컬 ‘구름빵’으로 데뷔한 최민영은 조승우·홍광호·조정은 등을 배출해낸 ‘뮤지컬 명문’ 계원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며 학업과 연기를 병행했다. tvN ‘미스터 선샤인’에서 구동매(유연석)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고3 시절의 그는 “내 가치관을 찾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를까,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런 것들을 고민했어요. 자유로우면서도 당당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처음으로 연기를 전공했던 고교 생활 3년 동안 최민영은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도 더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 시기 경험한 무대의 맛에 빠져 언젠가는 뮤지컬 무대에도 반드시 오르리라는 꿈도 품고 있다.

드라마 첫 주연작으로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시청시간 2위(5월15~28일)라는 기록을 손에 넣은 최민영은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에게 연기는 “좋아하는 이유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무언가”다. 연기가 괴롭고 막연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도전을 멈출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 연극 수업 때, 선생님들이 일부러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맡기시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한 친구들이 1~2년 후 엄청나게 성장하는 모습을 봤죠. 도전이 두렵고 망설여질 때가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용기가 나요. 그렇게 도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극장과 TV, 무대로 불러들이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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