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국’이라 불렸던 삼성 스포츠단의 위상이 이제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삼성 그룹은 자타공인 한국 넘버원이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의 목표는 한국을 넘어 ‘세계 1등’이다. 항상 최고를 추구하는 ‘일등 주의’는 프로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종목에서 삼성은 최고의 위치에 서있었다. ‘돈성(돈+삼성)’이라 불릴 정도로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프로야구의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KBO리그 최초의 4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삼성 왕조’를 구축했다. 통산 8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명실 상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리그 우승 4회,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5회 등을 기록하며 FC서울과 K리그를 양분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해 ‘레알 수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자배구의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V리그 통산 8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비롯해 챔피언결정전 7연패라는 대업적을 세웠다. 이는 프로배구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프로농구의 서울 삼성 썬더스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를 비롯해 꾸준히 강팀 대열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스포츠단 지원을 줄이면서 구단들의 성적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독립 법인(삼성 라이온즈)으로 운영되거나 각 계열사가 맡아 운영하던 프로 스포츠단들이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서 프로 스포츠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2014년에 수원 삼성이 제일기획에 자회사 성격으로 들어갔고, 그해 8월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서울 삼성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이 제일기획으로 편입됐다. 2015년 6월 삼성화재에 이어 2016년 1월에는 삼성 라이온즈까지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갔다. 테니스와 럭비팀을 해체됐다.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성적도 점점 하위권으로 내려갔다.
4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로 불리던 삼성 라이온즈는 2016년부터 5시즌 연속(9위-9위-6위-8위-8위)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2021시즌에 2위로 좋은 성적을 쓰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7위로 떨어졌다.
수원 삼성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K리그가 상위/하위 스플릿 제대로 변경된 2012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꾸준히 상위 스플릿에 위치했지만, 2019시즌 부터는 좀처럼 상위권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구단 최초로 승격강등전(승강전)을 치르는 등 구단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농구와 배구도 마찬가지다. 농구단 서울 삼성은 2016~2017시즌 이후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고, 배구단 삼성화재는 2017~2018시즌 이후 5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자칫 올해는 삼성 스포츠단에게 ‘최악의 해’로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운영하고 있는 4개 종목팀이 모두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는 굴욕을 맛보게 생겼다. 최근 모든 종목들이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4개 종목 모두에서 같은 해에 최하위를 기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미 서울 삼성(14승 50패)과 삼성화재(11승 25패)는 최하위로 2022~2023시즌을 마쳤다. 여기에 시즌을 진행 중인 삼성 라이온즈는 28일 기준 27승 42패를 기록해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 중순까지는 중위권을 유지하다 6월 이후 급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지난 22일 대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패배로 꼴찌까지 떨어졌다.
수원 삼성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수원 삼성은 올 시즌 19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2승 3무 14패(승점 9점)로 가장 밑바닥에 있다. 바로 위인 11위 강원 FC(승점 13점)과는 승점 4점차가 벌어졌다. K리그1 최하위 팀은 2부 리그인 K리그2로 자동 강등 된다.
올 시즌 초반 7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자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고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지만, 김 감독 체제에서도 1승 1무 6패로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이제는 하위권에서 있는 삼성을 보면 스포츠에 있어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라면서 “물론 스타 선수 영입 대신에 ‘육성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4개의 구단 중에 슈퍼스타로 성장한 선수는 사실상 없다. 삼성 프로팀이 동반 부진한 것은 구단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꼴찌 이미지가 굳어지면 삼성 브랜드 전체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나 축구단이 최하위로 강등이라도 한다면, 팬들의 반발도 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