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산후우울 겪어… 세 아이 걱정에 자수 못해” 냉장고 영아 친모 편지

“생활고·산후우울 겪어… 세 아이 걱정에 자수 못해” 냉장고 영아 친모 편지

“과도한 신상털기 시작, 아이들은 보호해달라”

기사승인 2023-06-29 08:38:52
신생아 발.   사진=임지혜 기자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의 친모 A(34)가 “여러 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A씨는 “평생 속죄하겠다”면서 가족을 향한 과도한 신상털기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29일 중앙일보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아이 둘을 낳자마자 살해한 뒤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의 친모 A씨가 자필로 쓴 편지 내용을 보도했다. A씨는 전날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을 통해 해당 편지를 언론에 전했다.

이 편지에서 A씨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A씨는 “매일 매일 생각났다.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자수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엄마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수해야지 늘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수원시에서 연락이 온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이렇게 남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게되면 얼마나 놀랄까”라며 “씻는 법, 밥하는 법, 계란프라이 하는 법, 각자 빨래 접는 접, 정리하는 법 등 뭐라도 혼자 할 수 있는 걸 알려주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첫 조사때 거짓말을 하고 이런 걸 알려주는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자수하고 싶었지만, 남은 세 아이가 아직 어리고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방치해 먼저 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가족들의 신상 유출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아이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아이가 생각해서 보낸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과도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며 “저의 죄는 잘못한 만큼 달게 받겠다. 아이들을 제발 보호해달라”고 했다.

A씨는 “저희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죄 없는 남편과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 평생 먼저 간 아이들에게 속죄하며 살겠다”며 글을 마쳤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를 살인 또는 영아살해 혐의로 오는 30일 수원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셋째의 어린이집 원비 500만원 이상을 납부하지 못한 상태다. 또 경찰은 과거 한 차례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비용 부담을 크게 느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넷째 아기를 출산하기 1년 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비가 250만원이었다.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남편에게도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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