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오늘도 ‘버거런’… 오픈 4일차 파이브가이즈 [가봤더니]

2030은 오늘도 ‘버거런’… 오픈 4일차 파이브가이즈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6-30 06:00:15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대기 번호 못 받은 분들은 옆쪽으로 이동해 주세요!”

오픈 10분 전,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매장 밖은 입장하려는 사람과 대기 번호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몰려드는 인파에 직원들은 연신 줄을 서달라고 소리쳤다. 700여명이 오픈런을 벌였다는 개장 첫날만큼 사람이 많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도 매장 앞은 햄버거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신논현역 인근에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오픈 첫날부터 1000명이 넘게 몰리고,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글이 올라오는 등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 29일 오전 파이브가이즈를 직접 방문해 햄버거를 먹으려고 대기 번호를 받고, 줄을 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앞 입장 대기 번호.   사진=이예솔 기자

오전 8시. 매장 앞은 텅 비어 있었다. 새벽부터 대기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긴 줄을 서 있을 거란 예상과 달랐다. 궂은 날씨 탓인가 생각하던 중, 가게 입구 근처에서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태블릿 PC를 발견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대기번호 61번을 받았다. 오픈 3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더 일찍 온 사람들이 60명이나 있었다.

오전 10시. 수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줄을 섰다. 오픈까지 한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대기 번호를 받으려는 사람과 입장하려는 사람은 물론 길을 지나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뒤섞였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몇몇은 종업원에게 자신의 번호를 말하며 “언제 입장할 수 있냐”고 재촉했다. 길을 가던 한 노인이 다가와 “이건 무슨 줄이냐”고 물었다.

윤모(30·여)씨는 이날 오전 5시50분쯤 도착해 다섯 번째로 대기 번호를 받았다. 윤씨는 과거 미국에서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맛본 기억이 있다. 그는 “첫날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오늘 왔다”며 “테이블 예약 앱을 사용한다고 들어서 먹기 수월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에 도착해 대기 번호 13번을 받은 전성준(30대·남)씨는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전씨는 “이틀 전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 왔더니 대기 번호가 100번대였다”며 “그날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오늘은 더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12시 서울 서초동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오픈 주방 내부 모습. 종업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 이예솔 기자

오전 10시30분. 종업원 다섯 명이 매장에서 나와 길게 늘어선 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종업원은 “가게 오픈 이후 매일 1000팀 이상은 온다”며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서 오픈 다음날부터 테이블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몇몇 사람들은 현재 대기 번호를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한 종업원이 “1번 오셨냐”며 찾자, 비슷한 번호대 사람들이 “저 분이다”라고 외치며 도왔다. 앞 번호 대기자들은 이날 새벽부터 같이 입장을 기다리면서 대화를 나눈 듯했다.

오전 11시10분. 오픈 10분이 지났지만 입장할 수 없었다. 대기 번호는 330번을 넘어섰다. 새로 대기 번호를 받는 줄에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순서를 기다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만, 일부 사람들은 휴대전화 액정에 묻은 빗물을 닦아가며 연신 매장 사진을 찍었다.

작정하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이날 대기 번호 1번의 영광을 안은 김모(20대·남)씨는 전날 경기 용인시에서 막차를 타고 이곳에 왔다. 오전 12시쯤 가게 앞에 도착했다는 김씨는 매장 앞에 앉아 밤을 새웠다고 한다. 김씨는 “태블릿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해가 뜰 때쯤 켜져서 그 전까지 매장 앞에 있었다. 대기 번호를 받고 PC방에 갔다”며 “굿즈도 받을 수 있고, 첫 번째로 왔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파이브가이즈 강남점 내부에서 주문을 기다리며 줄을 선 모습.   사진=이예솔 기자

오전 12시. 입장했지만 30분 동안 또 대기다. 30여명의 사람들이 매장 내부에서 주문을 기다렸다. 1층 입구 들어서면 커다란 감자 포대들과 박스 안에 수북이 쌓인 땅콩이 보였다. 오픈된 주방 안에선 약 10명의 조리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부터 집을 나선 사람들은 정오가 다 돼서야 햄버거를 손에 쥐었다.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었다. 일부 중년층도 보였다. 줄을 서다 만난 이모(20대·여·대학생)씨는 엄마와 추억을 쌓기 위해 이날 오전 8시쯤 매장에 도착했다. 이씨는 “엄마가 햄버거를 좋아하셔서 SNS에서 보고 찾아왔다”며 “근처 카페에서 4시간 정도 대기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중이라는 A씨는 출근 전 대기 번호를 받고 점심시간에 맞춰 다시 매장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에서 (파이브가이즈 햄버거를) 먹은 적이 있다”며 “맛이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에서 산 햄버거와 초콜릿 토핑을 추가한 밀크셰이크.   사진=이예솔 기자

파이브가이즈의 버거 단품은 1만3400원. 다른 브랜드 햄버거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이날 햄버거 2개와 감자튀김, 밀크셰이크를 주문하니 총 4만5600원이 나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맛있다” “대기만 수월해지면 재방문 의사가 있다” “그래도 가격이 좀 비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