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매 쉬워요”…정치권 해결 의지에도 실효성 ‘갸우뚱’

“마약 구매 쉬워요”…정치권 해결 의지에도 실효성 ‘갸우뚱’

10대 마약사범 10년 새 10배 이상 증가
텔레그램서 ‘마약 은어’ 검색만 하면 접촉 가능
정치권, ‘마약과의 전쟁’ 선포했지만…실효성은 ‘글세’

기사승인 2023-07-01 06:00:24
그래픽=안소현 기자

“구매하려면 텔레그램 ‘비밀대화’로 연락 주세요”
“거래는 가상화폐로만 가능합니다”

대한민국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소셜미디어의 발달, 가상화폐의 등장 등으로 익명으로 저렴하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통로가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마약을 근절하려는 움직임은 벌어지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확인한 대검찰청 마약·조직폭력범죄수사 통계를 보면 국내 마약사범은 2012년 9255명에서 2022년 1만 8395명으로 늘었다.

마약사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마약사범의 연령대는 2012년 40대가 3516명(38.0%)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가장 높은 비율이 20대 5804명(31.6%)이었다.

10대 청소년 마약사범도 증가해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2012년 기준 10대 마약사범은 38명이었지만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481명이었다.

이렇듯 마약사범이 늘어난 데에는 소셜미디어의 익명성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검색창에 마약 관련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판매처가 나타난다. 해당 판매처는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 구매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자신이 10대 때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구매에 접근했었다고 주장한 20대 A씨는 쿠키뉴스에 “친구들과 장난으로 검색해 봤는데 30~40만원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어서 혹한 적이 있다”며 “기사를 보면 마약 관련 은어가 자세히 나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검색하면 된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진은 이날 텔레그램 검색창에 관련 은어를 검색했다. 그러자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채팅방이 여러 개 나타났다. 판매자들은 ‘공지 방’을 이용해 마약 이용자의 후기를 게재하고 구매자들을 끌어모았다. 

해당 방에 공지된 아이디를 통해 판매자와 접촉하자 판매자는 텔레그램의 기능 중 하나인 ‘비밀대화’를 이용해 자세한 구매 방법을 설명했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통해 마약을 거래한다. 가상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거래하는지 특정할 수 없다. 마약사범을 찾아내기 어려운 이유다.

사회적으로 마약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치권에서도 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지난 4월 범정부 차원의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했다.

국민의힘도 지난달 영등포구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소년 마약 중독이나 관련 범죄가 급속히 퍼지는 상황에서 학교 주교재에 마약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전문 교육하는 사람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앙당뿐 아니라 개별 당협에서도 마약에 대한 인식 자체를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마약 마케팅 금지’ 관련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장 위원장은 ‘구글 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음식·생활용품 등에 ‘마약’ 단어가 붙는 것을 ‘금지어’로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은 낮다는 평가가 있다. A씨는 “(범죄를) 예방하겠다는데 뭘 어떻게 막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던데 그래서 판매자, 구매자가 없어지긴 했나”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0일 쿠키뉴스에 “마약 유통 사범 형량 강화 관련 법안이나 마약 근절 관련 활동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가상화폐 등이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마약을 완전히 (국내에서) 몰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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