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케리아’ 류민석 “처음으로 내 플레이를 의심했다” [LCK]

T1 ‘케리아’ 류민석 “처음으로 내 플레이를 의심했다” [LCK]

기사승인 2023-07-03 10:56:18
T1의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 쿠키뉴스 DB

‘역천괴(역대 천재 괴물)’도 거듭된 좌절 속에선 마음껏 가슴을 펴기 힘들다. ‘케리아’ 류민석(T1)은 지난달 30일 디플러스 기아(디플 기아)와의 경기가 끝난 뒤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그간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성적으로 지금은 여기(3위)가 우리 위치”라며 “플레이오프까지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T1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치른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정규리그 1라운드 디플 기아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0으로 이겼다. 직전 KT 롤스터전 0대 2 패배의 상처를 완승으로 씻었다. T1은 당시 패배로 ‘통신사 대전’ 10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류민석은 “최근에 경기력도 많이 안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너무 힘든 상황에 있었는데 깔끔한 경기력으로 승리해 기쁘다”라고 말하며 옅게 미소 지었다.

그는 KT 전에 대해 “승패를 떠나 그날 경기력은 내 커리어를 통틀어서 정말 부끄러운 판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력이 처참해 그날 너무 많이 화가 났다. 동료들도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라며 “조합이 짜였다면 플랜에 맞게 한 턴, 한 턴 소중히 생각하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날은 유독 조합 콘셉트와 관련한 얘기나, 어떻게 이겨야 될지에 대한 얘기 없이 물 흐르듯 플레이 했다. 포커싱도, 설계도 없으니 강팀인 KT에 많이 밀렸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류민석은 “(경기 후) 어떤 식으로 무얼 더 하면 좋을지 논의했다. 평소에 잘 되던 것들이 그날엔 유독 다들 잘 안 된 느낌이라 (해야 될 것을) 상기시키는 느낌으로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DRX에게 2대 3으로 패한 뒤 침통해하는 T1 선수단. 류민석이 얼굴을 감싸쥐고 괴로워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지난해 LCK 스프링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 T1은 이후 열린 국내외 4개 대회에서 연달아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정규리그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마친 올해 스프링 시즌 당시, 결승에서 젠지 e스포츠(젠지)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점은 선수단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변화를 절감한 T1은 5월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팀 컬러를 바꾸려 노력했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서머 시즌 들어서는 경기력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이를 놓고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T1의 사이클이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류민석은 이에 대해 “둘 다 일수도 있다”며 “작년까지는 ‘제우스(최우제)’에게 브루저 챔피언을 시키고 그 쪽에서 턴이 나올 수 있도록 게임을 했다. 이젠 메타가 바뀌어 제우스가 탱커를 맡게 되면서 저희 플랜 중 하나가 갇힌 느낌이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을 잘 못했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나머지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즌을 시작하고 나서는 불안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스스로의 실력에 계속 뭔가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경기에 임했다. 오늘까지도”라고 덧붙였다.

류민석의 이런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 있다. 최근 그는 중국 프로리그(LPL)에서 뛰는 서포터 ‘미씽’ 러우윈펑(JDG)에게 메시지를 보내 ‘라칸’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묻자 류민석은 “사실 연습생 때 ‘슈프림(최승민)’ 코치님이 제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너는 1군에 데뷔하면 모든 챔피언을 다 잘할 자신이 있느냐’는. 당시에도 ‘라칸은 자신이 없는 것 같다’라고 답한 적 있다. 지금도 자신 있는 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KT전에서 라칸을 뽑아 패하지 않았나. 라칸을 잘하는 선수들이 LPL에 많이 몰려 있다고 생각해서 꿀팁을 전수 받고 싶어 물어봤다”고 배경을 전했다. 

그는 “저는 양념을 쳐놓고 팀원들을 끌어 써서 주도적으로 플레이 하는 편이다. 라칸 같은 경우에는 팀원들이 양념을 쳐주고 내가 거기에 덮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중반에 어떻게 설계를 해야 되는지 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잘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민석이 2일 방영된 ‘롤리나잇’에 출연해 환하게 웃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류민석은 선수들이 힘이 빠진 건 사실이지만, 긍정적으로 나아가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거나 시즌 중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얘기를 나누는데, 항상 긍정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준우승도 많이 했고 결과가 안 나온 지 꽤 됐으니 꼭 우승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순위표를 볼 때마다 ‘우리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래도 이성적으로 보면 지금은 여기가 딱 맞는 위치다. 정규리그 1등을 많이 했지만 결국은 플레이오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 때까지 경기력을 높이자는 게 팀의 목표다”라고 전했다.

이어 “솔직히 제가 팬 입장이라면 응원하면서 많이 지쳤을 것 같다. 떠나고 싶을 때도 굉장히 많았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또 저희를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 잘 마무리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보겠다”고 각오했다.

한편 류민석은 오는 9월 중국에서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LoL e스포츠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그는 “정말 가고 싶었는데 한국 대표가 돼 너무 기쁘다. 데뷔 전 LPL이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도 우승하고, 아시안게임도 중국 대표팀이 이겨서 내가 데뷔하면 무조건 갚아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아직까지 국제대회에서 내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줘서 많이 아쉬운 상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첫 국제대회를 우승하고 싶다.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거니 꼭 좋은 모습으로 좋은 결과를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케리아 “KT전 경기력, 내 커리어에서 정말 부끄러운 판” 😂 “여기가 우리 위치...PO까지 경기력 끌어올릴 것” | 2023 LCK 서머 T1 vs 디플러스 기아 |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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