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입법을 지원하겠습니다”
박상철 입법조사처장의 ‘입법영향분석’ 인터뷰 중 나온 말이다. 각 선진국에서 입법에 앞서 ‘입법영향분석’을 시행하도록 했지만 국내에는 아직 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했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은 14개나 발의됐음에도 여전히 계류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 처장은 3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입법영향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현실에 근거를 두고 법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법안 제정의 94%가 국회의원의 발의지만 현실과 다른 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영향분석이 필수적이다. 유럽 여러 나라는 입법영향분석을 필수 입법절차로 시행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입법영향분석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타다법’을 예시로 데이터를 통한 입법지원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타다법은 시대적 흐름을 보면 나왔어야 하는 법인데 불발됐다. 결국은 시간이 지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법이 사회에 주는 영향력을 선제적으로 측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동 경로와 통신 경로 데이터를 통해 타다법의 사회적 파장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며 “택시 수요자 등 각종 인구 관련한 통계를 이용해 타다법과 연관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와 산업 관련된 주요규제 법안이 잘못 통과 되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온다”며 “입법영향분석은 명확히 진행해야 한다. 또 이런 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국회입법조사처”라고 전했다.
박 처장은 잘못된 입법이 초래하는 피해에 대해서 경계했다. 이해관계와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그는 “간호법은 대표적으로 이해관계자 사이에 타협이 어려운 법안이다. 입법영향분석을 했다면 여야가 타협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로 통과 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정쟁과 이해관계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각종 의료단체의 압박이 있었고 경쟁하듯이 단식농성이 발생했다”며 “관련 단체의 정치적 동의보다는 법 자체의 사회적 파급력을 조사해야 한다. 법에 문제가 발생하면 탈법이 생기고 사회에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법이 통과된 후 문제점을 수정하는 부분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처장에게 ‘법 수정의 어려움’을 묻자 “(법안이) 본회에서 통과된 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이런 때에는 ‘사후입법영향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면 변화가 많아진다”며 “이 과정에서 입법영향분석 자료가 첨부되면 논의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용역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회입법조사처는 연구용역을 1년간 상당수 발주한다. 액수가 큰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업무”라며 “정말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를 학술 단체와 전문가 용역을 맡겨 4개월 이내 보고서를 만들고 결과를 모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각종 사안에 대해서 전문가 집단 용역을 통해 의견을 모으면 일반 조사관들의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며 “사회적으로 얼마나 문제인지 전문가 등을 통해 결과가 나오면 대응이 유연하게 가능하다”고 전했다.
박 처장은 “(주요이슈를) 설정할 때 폭넓게 취합해서 최종결정까지 치밀하게 진행한다”며 “밖으로 제안을 받고 내부에서 팀원 의견제시 등을 통해 심도 있게 주제를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성 있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들과 팀장들이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사회의 현상과 문제점, 논쟁이 있을만한 주제에 관해 다양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