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SLL이 보다 더 공격적으로 신규 콘텐츠를 선뵌다. 부진을 깨고 상반기에 여러 흥행작을 배출한 만큼, 하반기에는 플랫폼에 맞춰 차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4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LL 상반기 결산 기자간담회에는 박준서 SLL 제작총괄과 박성은 SLL 제작1본부장, 김건홍 SLL 제작2본부장이 참석해 상반기 성과와 기획 개발에서의 개선 요인을 소개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자신감 되찾은 상반기, 대중성에서 답 찾았죠”
SLL은 지난해 말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을 기점으로 올해 상반기 흥행 콘텐츠를 다수 배출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후속작인 ‘대행사’, ‘신성한 이혼’,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가 연이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준서 총괄은 “작품성에 집중했던 이전 방향성과 달리 대중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거둔 결과”라며 “타사 대비 제작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SLL은 올해 하반기 JTBC를 넘어 OTT, 영화 등 여러 플랫폼과 협업해 신규 콘텐츠 15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JTBC에서는 ‘이 연애는 불가항력’,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 투 삼달리’, ‘힙하게’, ‘싱어게인3’, ‘악인전기’를 편성했고 넷플릭스 ‘발레리나’·‘D.P. 2’·‘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이재, 곧 죽습니다’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거미집’·‘1947 보스턴’, ‘하이재킹’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총괄은 “앞으로도 재미있고 대중적인 작품을 지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품 낀 제작업계, 지금은 적정 규모 파악 단계”
업계에서는 내년도 드라마 시장이 암흑기에 돌입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시기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급격히 유입되며 드라마 제작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등 시장에 거품이 껴서다. 2021년 한 해에만 새 드라마가 200편이나 만들어졌을 정도다. “제작 단위가 국내 시장이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보다 커졌다”(박 총괄)는 분석이다. 박 총괄은 “무조건 작품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면서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적정 규모를 파악하고 조율하는 게 올 하반기 목표”라고 했다. 시청률과 관계없이 흑자와 적자가 갈리는 시대인 만큼 콘텐츠 업계 고민 역시 커졌다. 박 총괄은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뿐 아니라 해외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새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행사’로 변화 물꼬, 이젠 더 새로운 콘텐츠로”
최근 제작 업계의 무게중심이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드라마 판도 역시 OTT가 선호하는 콘텐츠로 바뀌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고 캐스팅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OTT 업계 성향으로 인해 제작 스튜디오에도 어려움이 커졌다. 변화를 일으킨 건 ‘대행사’다. “여성 원톱 오피스물에 이점을 느끼지 못하던 OTT 플랫폼의 예상을 깨고 ‘대행사’가 성공을 거두며 후발주자였던 ‘닥터 차정숙’ 역시 수혜를 봤다”고 설명하던 박 총괄은 “OTT 입맛에만 맞춘 드라마가 아닌, 그들의 구매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한 SLL은 하반기 라인업을 통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3조원 투자 계획 역시 지속 진행 중이다. 박 총괄은 “한국 드라마·영화가 전 세계에서 위상이 높아지며 비즈니스 모델이 급변하거나 기존 모델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면서 “보다 더 정교한 모델을 찾아가는 게 향후 SLL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