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실시공이 ‘심각’ 단계에 이르렀다. 이른바 ‘1군’에 속하는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와 인천 검단신도시 공공주택(검단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가 한 예다. 부실공사를 근절하려는 정부와 지자체 노력에도 속수무책이다.
물새고, 갈라지고, 철근 튀어나오고
부실이 의심되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롯데캐슬이 시공한 서울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에선 철근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왔다. 노원 롯데캐슬시그니처도 침수와 곰팡이, 균열로 한때 입주민 불만을 샀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라파아노삼송’도 마감품질 미흡과 하자문제로 입주예정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같은 건설사가 단독 시공한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에선 대리석마감재가 무너졌다.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생긴 이슈다.
전국 건설현장 안전 진단에 불을 지핀 건 GS건설이 시공한 검단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다. GS건설은 부실시공과 관련해 종종 도마에 올랐다. 앞서 서울역센트럴자이에서는 장식용 기둥 일부가 떨어져나갔고 강남개포동자이에선 지하주차장과 티하우스에서 물고임이 발생했다. 검단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도 필수자재를 임의로 누락하는 등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 때문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국내 첫 리조트도시 ‘검단로얄파크푸르지오’도 누수를 겪었다. 이 아파트는 대우건설이 시공했다.
부실시공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순살자이’ ‘하자이’ ‘통뼈캐슬’ ‘흐르지오’ 등 각종 밈이 난무하고 특정 건설사면 거르고 보자는 ‘포비아’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기업가치도 흔들렸다. GS건설의 경우 공사비 5400억 원(추산)을 부담하기 위해 충당금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 주가가 폭락했고 금융투자업계도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내렸다.
벌점·건설업 말소 등 있지만
가벼운 부실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부실공사를 뿌리 뽑기 위해 벌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벌점에 따라 입찰참가를 제한하거나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시 감점 등 불이익을 준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7개사가 벌점을 받았다. 삼성물산(0.75점), SK에코플랜트(0.66점), 롯데건설(0.65점), HDC현대산업개발(0.50점) 순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상 국토부장관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한 건설사업자에게 1년 이내 기간을 정해 영업정지를 명하거나 영업정지에 갈음해 5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만일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엔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 기간을 정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다만 건설업 등록 말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하다.
정부는 지난해 초 화정아이파크 사고를 계기로 부실공사 처벌수위를 높였다.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이나 근로자 5명 이상 사망하면 곧바로 등록을 말소하고 향후 5년 간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 5년 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되면 등록을 말소하고 3년 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중대 부실시공 사고는 정부가 직권으로 처리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