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산맥을 오토바이 하나로 질주하는 이단 헌트(톰 크루즈).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 다다르자 그는 망설임 없이 오토바이와 함께 뛰어내린다. 그 순간 스크린과 양옆 벽면이 푸르른 하늘로 가득찬다. CGV가 내세운 기술특별관인 스크린X로 만나볼 수 있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 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이하 미션 임파서블7)의 새로운 시야다.
CGV가 11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7’을 스크린X와 4DX 포맷으로 선뵌다. 특수관은 요즘 관객들의 새 볼거리다. 코로나19가 활개를 치던 팬데믹 기간 동안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얻었다. OTT 플랫폼으로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시대. 관객에게 특수관은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새 이유가 됐다. 특수관 시대를 연 주인공은 오윤동 CJ 4D플렉스 스크린X 스튜디오 PD(이하 오 PD)와 이지혜 CJ 4D플렉스 4DX 스튜디오 PD(이하 이 PD). 이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4D플렉스 개발을 시작, 신사업을 개척한 역군으로 꼽힌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7’ 작업을 비롯해 ‘보헤미안 랩소디’·‘탑건: 매버릭’·‘아바타: 물의 길’과 공연 실황 영화 등 특수관에서 인기를 얻은 다수 작품이 이들 손을 거쳤다. ‘미션 임파서블7’ 개봉 전날 서울 창천동 CGV 신촌아트레온에서 만난 오 PD와 이 PD는 톰 크루즈와 깜짝 만남을 가진 일화부터 작업 후기, 감상에 도움을 줄 만한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놨다.
“‘미션 임파서블7’ 특수 포맷, ‘탑건2’보다 좋을 걸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 동안 한국을 찾은 배우 톰 크루즈. 그는 내한 기자 간담회부터 팬들과 만남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런 그가 깜짝 일정으로 서울 용산에 위치한 CJ CGV 본사를 찾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제작자로서 특수 포맷 작업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톰 크루즈는 기술 제작진부터 임직원까지 모든 이와 악수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작업물 시사 후에는 피드백 시간도 가졌다는 후문이다.
과거 ‘탑건: 매버릭’이 특수관 포맷 제작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과 달리, ‘미션 임파서블7’은 제작·배급을 총괄하는 파라마운트와 톰 크루즈가 처음부터 특수 포맷 제작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국내외에서 거둔 성과 덕이다. 국내 N차 관람객의 ‘탑건: 매버릭’ 스크린X 관람 횟수가 일반관을 2배 이상 상회할 정도다. 해외에서도 관람 문의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스크린X 작업을 총괄한 오 PD는 “톰 크루즈가 사이드 스크린 속 배우들 움직임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피더라”면서 “톰 크루즈도 완성본을 굉장히 좋아했다. ‘탑건: 매버릭’을 능가하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자부한다”며 미소 지었다. 4DX 연출 작업은 ‘미션 임파서블7’ 편집 감독과 직접 소통하며 이뤄졌다. 이번 영화에서는 역동적인 액션과 감정선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4DX 포맷을 작업한 이 PD는 “구체적인 피드백 덕에 제작자 의도와 부합하는 효과를 완성했다”고 귀띔했다.
톰 크루즈도 깜짝… ‘미션 임파서블’이던 작업기
스크린X는 통상 작업기간이 8주가량 소요된다. 반면 ‘미션 임파서블7’은 주어진 기간이 3주뿐이었다. 작업진에게도 ‘미션 임파서블’이었던 셈이다. 이번 영화는 그래픽 작업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실사 촬영으로 이뤄졌다. 그런 만큼 톰 크루즈는 컴퓨터 그래픽(CG) 흔적이 최대한 보이지 않길 원했다.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서다. 사이드 스크린 영상을 처음부터 새로 작업해야 하는 스크린X팀에게는 비상이 걸린 상황. 이들은 최대한 많은 작업물을 모아 VFX(시각특수효과)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보유 중인 자체 기술과 할리우드 제작진이 제공한 어셋(제작에 활용한 설정값 등 정보)을 활용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갔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자체 영상을 제작해 현장에서 찍은 것처럼 합성하기도 했다. 오 PD는 “이전과 다른 사실감 가득한 스크린X 액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출진에게 물었다, 4DX·스크린X 명당과 명장면은
액션이 도드라진 첩보물인 만큼 ‘미션 임파서블7’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스크린X와 4DX 역시 이 같은 부분에 집중해 효과를 계산적으로 가미했다.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착시를 주는 스크린X는 현장감과 몰입감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오 PD는 스크린X 강점이 도드라진 장면으로 극 후반부에 펼쳐지는 30분가량의 전투와 질주하는 열차 신을 꼽았다. “간접적으로나마 스카이다이빙하는 기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덜컹이는 움직임이 도드라진 4DX 효과는 차량 추격 장면과 후반부 액션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 PD는 “관객이 4DX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관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어떤 자리를 골라야 할까. 연출을 총괄하는 오 PD와 이 PD는 “관객 성향에 따라 명당이 갈린다”는 답을 내놨다. 4DX는 4개 좌석이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 때문에 자리에 따라 동작 세기가 달라진다. 이 PD는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가장자리 좌석을 추천한다. 격한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면 가운데가 낫다”고 말했다. 반면 스크린X를 담당하는 오 PD는 “명당에 정답은 없다”고 했다. 작업 시 기준점은 관의 정중앙이지만, 관객 성향에 따라 만족도가 확연히 달라져서다. 최근 가수 임영웅, 그룹 방탄소년단 등의 공연 실황을 스크린X 영화로 만든 그는 관객 스스로가 각기 다른 명당을 내세우는 것에 감탄했다. 오 PD는 “화면을 한눈에 즐기고자 뒷줄에 앉거나 스크린 속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 앞줄을 선호하는 이들까지 자리 수요가 다양하더라”면서 “제작자 의도보다 관객 개인의 관람 문법이 먼저다. 취향껏 스크린X를 소구해달라”고 힘줘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