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물난리를 겪은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안정을 되찾은 듯 했다. 14일 오전 단지를 찾아보니 침수로 운영이 중단된 커뮤니티센터(카페테리아)엔 끼니를 챙기려는 입주민으로 가득했다. 피트니스클럽 러닝머신도 만원이고, 티하우스도 문을 열었다.
지난 11일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밤까지 시간당 70㎜ 이상 비가 내렸다. 이 비로 단지 커뮤니티센터 분수시설과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한 입주민은 “화요일(11일)에 비가 많이 와서 분수시설이 잠겼다. 그날 양재천도 넘친 걸로 안다. 주차장도 밑으로 움푹 파여서 물이 고였다”며 “지금은 나아졌다”고 말했다.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다. 매매가가 20~30억 원이고, 게스트하우스·인피니티풀 등 각종 시설을 갖춘 호화 아파트인데 입주 첫 해에 침수를 겪었다. 입주민들은 매년 여름이면 폭우를 걱정해야 한다며 불만이 심하다.
시공사인 GS건설도 곤욕을 치렀다. ‘자이’ 브랜드에서만 벌써 두 번째 침수여서다. 사고가 잇따르자 이 아파트도 날림공사 구설에 올랐다. ‘베네치아’ ‘자이아가라’ ‘메이드인자이나’ 등 신조어가 인터넷을 달궜다.
폭우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센터 앞 침수자리엔 조경용 자갈이 너저분하게 흩어져있었다. 침수된 곳 깊이를 재보니 20㎝에 불과했다. 또 사방은 막혀있었다. 11일 강수량을 따졌을 때 3시간이면 넘치고도 남을 깊이다. 단지 내 빗물받이 폭도 좁고 넉넉하지 않아 보였다. 게스트하우스 앞 화단엔 식물이 드러누웠다. 물 웅덩이도 생겼다.
변덕이 심했던 날씨는 최근 본격적인 장마철로 진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까지 전국에 비가 내릴 예정이다. 중부지역은 최대 300㎜ 이상이다. 단지를 방문한 날도 장대비가 쏟아졌다.
단지도 침수를 막기 위해 열심히 빗물을 퍼 나르고 있다. 배수펌프(양수기)를 상가에서 1개, 단지에서만 최소 5개 발견했다. 붉은 호스가 경계 마냥 길게 늘어져있다. 인부가 수레에 호스를 한 짐 가득 싣고 부지런히 단지를 오갔다. 지반이 약한 곳엔 모래주머니를 대고, 비닐로 덮었다.
집값을 걱정해서인지 침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민도 있었다. 어떤 이는 “3,40분이면 (물이) 빠지고 잠깐 고였을 뿐인데, 그 사이에 (침수)뉴스가 도배된 것”이라고 푸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