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세 말고 대책 마련해야”…수해 책임 ‘남 탓하기’ 지적

“정치 공세 말고 대책 마련해야”…수해 책임 ‘남 탓하기’ 지적

尹, 환경 장관에 “물 관리 제대로 해라” 경고
국민의힘 “文 정부 ‘수자원 관리 일원화’ 문제”
野 “대통령, 인식 바꿔야…막을 수 있던 재난”
“이번 장마, 21대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 반성 목소리도

기사승인 2023-07-20 06:00:27
충남 지역의 한 비닐하우스가 폭우로 인해 망가진 모습.   사진=안소현 기자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와 재산 손해가 발생하는 등 ‘국가적 재난’이 발생해 국회가 ‘올스톱’됐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권이 수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수해 복구를 ‘이권 카르텔’과 연결짓는 발언을 해 비판 받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가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의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는 데 적극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부패 카르텔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농작물 피해 농가 등의 (피해) 보전에 100% 투입하라”고 전했다.

19일에는 윤 대통령이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 “물 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태도도 지적하며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수해 책임 소재를 야권으로 돌리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충남 지역 수해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국토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환경부에 일원화한 것도 화를 키운 원인”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 4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 금강의 범람을 막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수해지역 방문 일정에서 수자원 관리 업무를 국토교통부에 맡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야권은 이러한 정부·여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시스템 핑계 대며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며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핵심은 홍수 경보가 있었고 시민이 신고했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순방 중에도 매일 화상회의를 열어 철저히 점검하며 대비를 주문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관재(官災)’”라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건 대통령의 재난 대응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2년 연속 수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여당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정치적 공세 대신 수해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1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책임은 집권 여당이 져야 하고 야당은 (대처 능력을) 비판해야 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해가 발생했으니 분명히 정리할 건 정리하고 대책이 뭔지를 살피는 게 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그게 정당한 정치 행위인데 ‘야당에서 트집 잡는다’는 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며 “결국 현재 정치권은 이 사건을 정쟁화하는 것이 아닌 그냥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년 연속 물난리가 났는데 윤석열 정권에서 공무원들이 안 움직인다. 위에서 책임을 안 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장관 탓하고, 장관은 실무자 탓하는 곳에서 무슨 창의적인 의견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워낙 낮으니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국민의힘에서) 내고 있는 것”이라며 “초기에는 문재인 정부 때문에 (개혁을) 못했고, 그 이후에는 민주당이 발목을 잡아서 못했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질타했다.

박 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수해 복구비를 시민사회단체의 지원비로 갈음하겠다는 등 발언을 하는데 ‘우리 편, 내 편’으로 모든 것을 나누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스탠스가 이렇기 때문에 이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도 꼬집었다.

한편 정치권에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폭우 발생 이후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여야 모두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안이 사실상 ‘뒷방 신세’였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역대급 장마는 국토를 휩쓸었을 뿐 아니라 21대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라고 꼬집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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