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봉으로 수차례 내리쳐 유혈이 발생했다. 고공농성 진압을 시도한 경찰을 저지하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무릎으로 목이 짓눌린 채 뒷수갑이 채워졌다.
#. 故 양회동 건설노동자 분향소 설치를 막은 경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 충돌로 참가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이 자리에서 팔이 부러진 참가자를 포함한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 노동절에 분신한 뒤 끝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역 소속 故 양회동 지대장은 “정당한 노조 활동했는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의 제물이 됐다”며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을 풀어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윤석열 정부에서 유례없는 강경 진압과 노동자의 분신사건 등이 벌어져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노동운동은 여전히 이념구호를 꺼내 들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2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에서 노조와 노동운동과 전면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와 시위, 문화제 등이 발생하면 경찰력을 투입해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종북노조의 하루’라는 일과표를 만들어 공개했다. 해당 일과표에는 △평양 가서 냉면 먹는 꿈 △대북 충성맹세문 작성 △한미동맹 반대 △정권퇴진운동 △주한미군 철수 △수사 시 공안탄압 주장 △색깔론 운운 △일부 시민단체 투쟁구호 및 현수막 문구 전달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정의 노동운동 적대는 산발적인 파업으로 이어졌다. 화물연대와 택배,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등 분야별 파업이 발생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회의에서 “불법시위와 파업으로 무엇인가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기대를 접는 게 낫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당정의 충돌에도 파업과 노동운동이 대중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이 이유로 이념구호와 정치적 파업 등이 꼽히고 있다. 노동운동이 가진 본질적인 부분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운동 중 나오는 윤석열 정권퇴진과 오염수 해양방류 저지, 한미동맹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의 문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를 출범하고 정치 편향적 구호 대신 근로조건 향상 등 본질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특히 쟁의행위와 시위방식을 연구해 불법과 폭력 시위가 아닌 다른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는 정부와 노동계 모두 비판적인 시사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개혁’의 본질을 고려할 때 지금의 방식은 본질에 근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귀족노조에 대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이를 노동계 전체를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특임교수 겸 시사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노동귀족 카르텔을 잡는 것은 보수지지층에 지지율을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며 “노조의 불법과 전횡에 대해 여론이 싸늘한 부분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계의 불법과 탈법을 바로 잡는 게 필요하지만 노동계 전체를 적대시해선 안 된다”며 “이를 지나치게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으로 활용하면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정부와 노동계 모두 ‘노동개혁’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동개혁은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받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등이다”라며 “하지만 정치권이 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개선하는 데 부족하다”고 짚었다.
또 “노동계 역시 노동문제를 정치이슈로 연결해 지배와 피지배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은 이를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에서 소외된 젊은 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진정한 노동개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이슈를 이어나가기 위해 기득권 세력에 대한 일탈과 불법을 잡고 있다”며 “다만 노동의 가치를 정당한 대가로 받고 차별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