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이념 노동운동’을 거부하다 [이념에서 대중으로②]

청년 ‘이념 노동운동’을 거부하다 [이념에서 대중으로②]

이상휘 “노동계 기득권…노동본질로 돌아가야”
청년들 “청년과 약자의 노동 관심 없어”

기사승인 2023-07-26 06:00:3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울지역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념과 정치 구호 때문에 노동운동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 청년들은 기존 노동운동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환경의 개선과 급여 인상 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정치구호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저지,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을 내걸고 총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8월 중구 숭례문 앞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판했다. 또 북한 노동자 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의 연대사를 낭독했다.

청년들의 노동운동은 기존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협의회)는 ‘노란봉투법’과 ‘주69시간제’에 대해 반대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나 불법시위, 정치적 구호는 등장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반대 사유로 국제노동기준을 꺼내 들었고 ‘주69시간제’에 대해서는 공짜야근과 노동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청년들은 노동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동감했다. 반면 기존 노동운동의 정치성 구호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는 청년 A씨(33)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기업들의 못된 짓을 막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지만 한미동맹 등을 언급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비교적 작아지는 게 아니냐. 현재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청년 B씨(29)도 “노동운동 자체도 생소하다. 노조하면 고함과 무력충돌, 경찰 등이 떠오른다”며 “중소기업의 어려운 근무환경에 대해 말하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상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였다”며 “정말 회사에서 갑질을 당하고 몰상식한 처우를 받는 청년과 약자의 노동은 관심이 없어보인다”고 꼬집었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발대식이 지난 2월 서울 동자 아트홀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전문가는 기존 노동계가 ‘과유불급’ 상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노동계가 기득권이 되면서 이익집단으로 비쳐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질 회복을 위해서는 ‘노동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휘 세명대 교수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노동계가 과유불급 상태가 됐다. 70년대에서 90년대 노동이 사회에 기여한 게 많다”며 “이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자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0년대 이후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며 “노동계 이익을 위해서 정치적 활동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과도한 부분이 있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집단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노동계가 사회 기득권이 돼 이익집단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계가 압박과 핍박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기득권이 됐다. (청년에게) 스스로 권익을 더 가져가려는 이익집단으로 비춰진다”며 “노동계의 정치적 활동이 지적을 받는 것은 이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노동계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정치활동을 접고 노동본질에 대한 활동을 해야한다”며 “새로고침협의회는 기존 노동운동의 변질을 혁파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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