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서이초 신규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육 현장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직 교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교사들은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 및 ‘학폭’ 업무 이관 등을 요구했으며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개정 노력을 약속했다.
이날 교사 간담회에는 현직 초등교사 10여 명이 참석했다. 신규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추모하기 위해 검정 계열의 옷과 리본을 달고 참석했으며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승연 서울 가재울초등학교 자율혁신부장은 “선생님들이 광화문에서 검은 옷을 입고 리본을 달고 나선 이유는 하루하루 교육 현장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며 “아동학대 우려돼 아이의 등을 두드릴 수도 없다. 또 눈빛으로 아이를 때린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장들한테도 (교사를 보호할) 권리가 없어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없다. 초등교육법 개정을 꼭 해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교사에 대한 고소·고발, 학부모 소송은 무조건 교육청에서 맡아주시길 희망한다”며 “수술은 의사가 하고 폭력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듯 수업은 교사가 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신규교사와 같은 날 임용 발령 받았다는 강주연 가재울초 6학년 교사는 “처음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내던져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양한 학내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신규교사라 어렵나 했는데 고인이 된 동기 교사를 보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강 교사는 주변 교사의 다양한 일화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이 일어난 적도 없는데 학부모가 무작정 학교에 찾아와서는 항의하고, 말리는 교감 교사의 멱살을 잡은 일화부터 6학년 학생에게 얼굴을 맞아 약을 먹고 병가를 썼다는 동기 교사의 일까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교육 현장서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울 지역 초등교사들의 서명을 담은 한 문건을 꺼내 들면서 아동학대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서울 교사 1만716명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호소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처벌하기 위해 재정됐지만 교사를 대상으로 소송하는 등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학교폭력예방법의 경우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항에 대해선 교사가 다뤄선 안 된다는 점 등을 들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활지도 담당자 배치, 학교폭력 업무의 완전한 이관, 학교 전담 경찰관 배치 등도 요구했다.
민주당은 교사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교육위원회 야당 간사로 선생님들의 말씀에 상당히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오는 17일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교권 회복을 위한 법안 심사를 할 생각인데 선생님들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감안해 법안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우선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꼭 누군가 돌아가셔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도 대단히 마음 아프고 송구스럽다. 간절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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