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떨까.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영웅이 나타날까. 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규 예능 ‘좀비버스’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인 박나래·노홍철·덱스·딘딘 등 출연자 1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죽는다. 그래도 “호상”(노홍철)이란다. 넷플릭스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K좀비물을 앞세운 ‘좀비버스’ 제작진과 출연진을 이날 서울 마포동 한 호텔에서 만났다.
“혼자 죽을 수 없다…인간성 상실”
출연자들은 ‘좀비버스’ 세계관이 현실처럼 생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진경 CP가 좀비 배우를 보고 놀라 다리가 부러졌을 정도란다. 제작진이 미리 공개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박나래는 육두문자를 날리고 파트리샤는 눈물을 터뜨린다. 전방십자인대 수술 후 두 달 만에 ‘좀비버스’를 촬영했다는 박나래는 “극한 상황에서 리얼하게 몰입했다”며 “어떤 분은 인간성을 상실한 것 같았다. 인간에게 이렇게 인류애가 없을 수 있나 싶었다. 억울함에 ‘나 혼자는 못 죽어, 너도 같이 죽자’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오죽하면 제작진이 먼저 나서서 “출연진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걱정할까. 노홍철은 “출연자 중 한 사람은 자기 예상보다 일찍 죽었는지 제작진을 향해 얼굴을 붉히더라. 그 모습이 좀비보다 더 무서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K좀비 인프라 최대한 활용”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을 연출한 박진경 CP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만든 문상돈 PD가 촬영을 지휘했다. 박 CP는 “오래 전부터 좀비물을 구상했다. 그 사이 K좀비가 히트하며 인프라가 생겼다. 그 인력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킹덤’과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형 좀비물에 참여했던 좀비 배우와 미술·분장 팀과 협업해 좀비 세계관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촬영 당시 현장 인근 시민들마저 좀비 배우들을 보고 놀라는 일도 있었다. 박 CP는 “출연진 표정이 좀비 배우가 아닌 실제 좀비를 본 표정이었다”며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이 더해져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비주얼이 완성됐다”고 자신했다. 출연진에게 주어진 최종 퀘스트(임무)는 한국 탈출. 문상돈 PD는 “여러 퀘스트가 나오지만 머리를 써서 풀어야 하는 과제는 아니다. 마니악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측 불가한 ‘좀비버스’의 맛”
‘좀비버스’ 공개를 앞둔 출연진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2개 에피소드를 미리 봤다는 노홍철은 “오랜만에 초집중해서 볼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했다. 마트와 놀이공원을 통째로 대관해 150명 넘는 배우를 투입하는 등 물량 공세도 볼거리다. 다른 예능보다 제작비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문 PD는 “이야기가 언제 어떻게 틀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게 ‘좀비버스’의 관전 포인트다. 드라마나 영화보다 전개가 빠른 데다 예능 특유의 장면과 자막도 들어간다. 예측 불가하다는 게 ‘좀비버스’의 맛”이라며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다들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좀비버스’는 다른 예능과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송은 총 8부작으로 이날 오후 4시 베일을 벗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