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나도 나오는 하품…왜 전염될까 [그랬구나]

남이 하면 나도 나오는 하품…왜 전염될까 [그랬구나]

[그랬구나]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기사승인 2023-08-28 06:00:14


졸리거나 지루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하품. 남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왜 내 하품도 따라 나오는 걸까. 피곤이 쌓인 채 가진 거래처 미팅 자리에서 하품을 연신 참느라 애를 먹었는데, 하품을 억누르면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 하품은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할까. 지난 24일 서면질의를 통해 △이강수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Q.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보면 왜 덩달아 하품이 나오는 건가요?

이강수 교수 =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하품을 군중본능, 집단본능, 집단행동의 일종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마치 늑대가 하울링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품은 일종의 사회적 기능으로, 사람들이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일어나는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감 반응은 뇌의 ‘거울 뉴런’이라는 특정한 신경세포집단에 의해 일어나는데, 상대방의 표정이나 행동을 모방하려 할 때 활성화됩니다. 다른 사람이 하품할 때 거울 뉴런이 활성화돼 하품을 모방하고자 하고 이로 인해 하품이 전염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민석 교수 = 일부 연구에 따르면 하품하는 사람을 볼 때 감정의 전염, 즉 ‘공감(empathy)’이 일어나게 됩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일관된 연구 결과는 없는 상태입니다. 

Q. 하품은 왜 하는 거죠?

이강수 교수 = 하품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몇 가지 이론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뇌를 깨우기 위해 한다는 겁니다. 지루하지만 일을 해야 할 때 몸은 집중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데, 이때 하품을 통해 얼굴과 목의 근육을 강하게 움직여 안면과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카페인 복용과 비슷한 건데, 심박이 증가하고 각성 효과를 줘 뇌를 깨우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뇌의 열을 식히기 위한 목적으로도 하품을 할 수 있습니다. 주변이 후덥지근할 때 하품이 더 나오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하품을 함으로써 이마와 안면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조금 더 열을 빨리 빠져나가게 해 뇌의 온도를 낮춰줄 수 있습니다.

서민석 교수 = 여러 가설들에 따르면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기 위해, 또 뇌의 온도를 떨어트리기 위해, 졸음에 대한 거부반응 즉 각성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하품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Q. 하품을 억지로 참으면 건강에 나쁜가요?

이강수 교수 = 하품을 참는다고 해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품을 억지로 참는 과정에서 안면이나 상부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을 일으킬 수 있고, 뇌를 깨우고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막아 멍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하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Q. 하품은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나요? 

이강수 교수 = 하품을 통해 뇌의 온도를 낮추고, 뇌를 활성화시켜 집중을 이어갈 수 있어요. 또 안면과 몸의 상부 근육을 움직임으로써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생리적 장점 외에도 ‘공감적 하품’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유대감을 형성해 사회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하품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민석 교수 = 하품은 산소 부족, 뇌 온도 상승, 지루함 등 신체적·심리적 자극에 의한 반응이기 때문에 하품을 통해 산소 공급, 뇌의 온도 저하, 각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몸에서 보내는 신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내 환기나 휴식,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면 생활에 도움이 되겠죠. 

Q. 숙면을 취했는데도 하품을 자주 할 경우 건강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하나요?

이강수 교수 = 하품을 자주 한다고 해서 건강 이상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하품을 너무 많이 한다면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과도하게 나오는 하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15분 내 3회 이상 한다면 과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해 신체가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을 수 있으며 하품이 편두통, 경련, 뇌혈관질환 등의 조짐일 수 있습니다.

서민석 교수 = 하품을 하고 계속 피곤함을 느낀다면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등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 상태인지 확인하거나 피로감의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특히 비정상적인 하품이 지속·반복된다면 뇌경색, 뇌암, 뇌손상, 경련, 퇴행성 뇌질환 등 뇌 관련 질환을 의심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구나. 남이 하품을 했을 때 따라 나오는 내 하품은 그 사람의 느낌과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반응이다. 하품은 뇌의 온도를 낮추고, 뇌를 활성화시켜 나의 집중력을 지원하며,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었다. 내 주변을 살핀 고마운 신호다. 이런 신호가 이유 없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뇌질환을 알리는 조짐이 될 수도 있으니 그땐 전문적인 진료를 꼭 받아봐야겠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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