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이 개봉 전부터 이름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25일 ‘치악산’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제목 및 본편 속 치악산 언급 부분을 고치는 건 불가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제작사 측은 “수정할 경우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인 데다 주요 배우가 군 복무 중이어서 재촬영 역시 힘들다”고 밝혔다.
‘치악산’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공포영화다. 1980년대 떠돌던 괴담인 ‘18토막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원주시 측은 치악산 한우나 치악산 복숭아·사과·배, 치악산 둘레길 등 치악산을 내세운 지역 고유 상품과 관광지 이미지가 영화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며 제목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다. 실제로 개봉 전부터 경찰에 실제 사건 여부 및 유사 사건이 있었는지를 묻는 문의가 이어져 경찰이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해당 괴담은 1980년 치악산에서 열여덟 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됐다는 내용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제작사는 원주시와 협의 내용을 공개하며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모양새다. ‘치악산’ 측이 이날 공개한 입장문을 보면, 원주시가 제작사 측에 요구한 사항은 △ 제목 변경 △ 영화 속 치악산 대사 삭제 혹은 묵음 처리 △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 내용을 가공했음’을 고지 △ 온라인상에 퍼진 감독 개인 용도의 비공식 포스터 삭제 총 네 가지다. 제작사는 제목과 대사 변경 처리가 여건상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엔딩 크레디트에 있는 주의 문구를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할 수 있도록 재편집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비공식 포스터 유출에는 “제작사 역시 유감”이라면서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의뢰해 삭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제작사는 “‘치악산’은 잔혹하고 폭력적일 거란 오해와 달리 심의 과정에서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았다”면서 “원주시 관계자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단체 시사회를 진행해 오해를 해소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이 제목에 지명을 사용해 문제가 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영화 ‘곡성’, ‘곤지암’이 공포영화에 실제 지역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워 논란이 됐다. 넷플릭스 ‘수리남’ 역시 실존 지역을 제목으로 내세워 마약 운송과 관련한 이야기를 그려 수리남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항의받았다.
‘치악산’은 다음 달 13일 개봉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