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2000원, 저는 독서실 총무입니다 [쿠키청년기자단]

시급 2000원, 저는 독서실 총무입니다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8-28 06:00:18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시급을 9860원으로 인상했지만, 여전히 법정 기본 시급을 받지 못한 채 일하는 청년들이 있다. 독서실 총무다.

지난 21일부터 27일 사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서울지역 독서실 총무 구인 공고를 살펴봤다. 총 14개의 구인 공고 중에 최저시급 이상을 준다고 명시한 곳은 여덟 군데였고,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월급을 주는 곳은 여섯 군데였다.

직접 연락해 보니 말이 달랐다. 구인 공고에 최저시급을 명시한 독서실에서도 최저시급이 아닌 월급 30만원과 개인 좌석을 제공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독서실 사장들은 “월급이 적은 대신 독서실 좌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으며 알바 목적이라면 지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총무에게 제공되는 좌석은 한 달 15만원에서 18만원 사이로 이용할 수 있다.

A(28)씨는 2년 전 인천 계양구의 한 독서실에서 하루 4시간30분씩 4개월간 근무했다. 2021년 최저시급은 8720원. 법정 최저시급에 따르면 김씨는 117만7200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월급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시간급으로 따지면 2222원을 받은 셈이다.

A씨는 총무직 면접에서 월급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독서실 사장이 여기는 공부하면서 용돈 받는 개념으로 일하는 거지, 돈 벌고 싶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장은 “청소는 15분 정도 하면 되고, 일이 많지 않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공부와 알바를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설명과는 달리 독서실 근무는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오후에 근무했던 A씨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갔다. 출근해서는 먼저 로비와 자유 열람실에 있는 분수에 물을 채우고, 현관에 위치한 나무 화분에 물을 줬다. 이어 열람실과 신발장 복도, 푸드 존을 쓸고 닦았다. 문, 손잡이, 지문 등록기, 자동문 버튼, 푸드존 테이블 등 손이 닿는 모든 곳을 꼼꼼히 소독 티슈로 닦아냈다. 탕비실에 있는 제빙기, 커피머신, 종이컵, 냉장고는 수시로 확인해 비품을 채웠다. 청소 업무 중간중간 상담업무도 계속됐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는 독서실 방문 상담과 전화 상담도 많았다. A씨는 “하루에 연달아 상담을 6번 이상한 적도 있다”며 “70명이 고정 인원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유동 인구도 많았고 상담 요청도 많았다”이라고 답했다. A씨가 일한 독서실은 당시 110개 좌석 중 70명이 고정 인원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A씨는 “업무강도가 높았고, 청소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추가로 근무하는 날도 태반이었다. 오후 총무는 16시부터 근무하기로 명시했다. 하지만 A씨는 “당일에 사장의 문자를 받고 14시부터 16시까지 추가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총무들 사이에서 ‘2시 대기조’라 불릴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A씨는 30일을 만근하고도 30만원을 받았다.

B(28)씨는 2년 전 대구시의 한 독서실에서 21년 7월부터 22년 2월까지 6개월간 근무했다. B씨는 평일 11시부터 17시까지 7시간을 근무했다. 2021년 최저시급은 8720원. 법정 최저시급에 따르면 주씨는 122만800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B씨는 월급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시간급으로 따지면 2142원을 받은 것이다.

B씨 또한 임금이 적어 독서실 총무 일을 그만뒀다. B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독서실이 운영난을 겪어 임금이 20만원으로 삭감됐고, 이후엔 키오스크를 도입하며 아예 무급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B씨는 “무급으로 바뀌었을 때는 개인 좌석은 계속 제공받는 대신 공부하러 온 날 독서실 운영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B씨는 “무급으로 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는 공부하며 일을 한 것이라 최저시급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모든 사업주가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에게 최저시급을 주어야 한다. 독서실 총무로 근로를 제공한 A씨와 B씨는 최저시급도 받지 못해 근로기준법 밖에 있었던 셈이다.

노무법인 해결의 이후록 공인노무사는 “‘근로자성’이 총무 임금 문제의 쟁점”이라고 봤다. 근로자성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와의 종속관계에서 구체적인 지시 감독을 받는지 여부를 말한다. 이 노무사는 “독서실 총무 임금 체불 문제 의뢰를 받은 경험은 많으나 사건을 수임한 적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들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증거로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외도 있다. 이 노무사는 “사업주가 시키는 게 많고, 독서실 이용자가 많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데 쓸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업무 지시사항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임금체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처럼 근무일지를 작성했고,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업무 사항을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독서실 개인 좌석 지급을 임금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임금은 통화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임금과 상계한다는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입증자료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사회 통념상 ‘쉬운 아르바이트’로 인식되는 고시원 총무 아르바이트생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사업주가 임금을 덜 주기 위해 길게 잡아 놓은 휴게시간도 모두 근로 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류효림 쿠키청년기자 andoctober@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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