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프로젝트’ 참 좋은데…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정비조합은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일명 ‘118프로젝트’가 조합원을 움직였다. 대우건설은 당시 원안인 14층 설계에서 7개 층을 상향한 21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건물 높이도 90미터에서 118미터로 상향한 ‘118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시공권 포기 확약서를 제출하면서까지 약속했고, 사업권을 땄다. 경쟁사 롯데건설을 50표 이상 앞선 걸로 전해진다.
서울시 “규제 완화 없다”
‘118프로젝트’는 그러나 공수표였다. 한남2구역을 품고 있는 한남뉴타운은 ‘한남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침’을 따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경관 보호를 위해 이 지역에 건물을 신축하려면 높이를 90미터 이하로 해야 한다. 고도 제한과는 무관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행정기관인 서울시를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은 서울시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아이디어’를 전달했고, 조합은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시 관계자는 “대우건설도 처음엔 정비계획에 맞춰서 90미터로 제안했다가 118미터로 건물을 높이는 걸 추진하겠다고 홍보했던 것 같다”라며 “사실은 시행되기 어려운 걸 아이디어 식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의위원회에서 (프로젝트를) 통과시켜줄 이유가 없다”라며 “여건에 따라 변경 여지가 전혀 없다곤 할 수 없지만 현재 기준으론 남산경관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규제 풀도록 힘 모아야”
사업자를 선정하고 1년 가까이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조합은 시공사 교체라는 초강수를 고려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협업하기로 했으면 원만히 사업이 진행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방향성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갈피를 못 잡고 있다”라며 “시공사 선정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 조합원이 원해서 시공사를 선정했으면 협업해서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남2구역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과도 연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제시한 ‘페널티’도 과하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면 600억원 이상 손실을 안아야 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몇 백 원 손해를 입으면서까지 계약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2인 3각 경기인데 출발선에서부터 ‘나는 못하겠으니 안 하겠다’라며 방향성도 설정 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거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아서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야한다”라며 “막무가내로 손실을 강요하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안설계에 관해선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전인데 서울시로부터 설계 심의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임기 중 정비계획이 118미터였는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90미터로 낮아졌고, 오 시장이 재취임하면서 118미터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공수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우건설 운명, 내달 17일 판가름 날 듯
조합이 대우건설을 안고 갈 진 알 수 없다. 의견이 워낙 분분해 확답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충도 있다. 대우건설을 포기한다고 가정할 때 도급 능력이 더 낮은 건설사가 참여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고, 이러면 사업이 더 지체될 수 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조합도 대우건설을 자를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다”라며 “아무래도 (대우건설보다) 더 나은 후보자가 있으니까 대우건설을 자르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바뀔 진 모르겠지만 대우건설도 그 큰 돈을 물고 계약을 이어갈 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조합은 내달 1일 총회를 열고 대우건설 시공지위 박탈 건에 관한 대의원 안건을 상정한다. 내달 17일에 조합원 찬반투표를 연다. 조합 관계자는 “총회 준비로 바쁘고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언론 접촉을 삼가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조합은 최근 주택사업 확정 계획을 밝힌 삼성물산에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해 삼성물산 측은 “시공사가 선정된 프로젝트에 왈가왈부하기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