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입사 초반 사장 아들인 상사 B씨로부터 몸을 만지는 성추행을 당했다. ‘남자는 성욕이 본능이다’는 말을 자주 하던 B씨는 퇴근 이후에도 A씨를 개인적으로 불러냈다. 참다못한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B씨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할테니 (회사에서) 이른 시일 내로 나가라”고 말했다.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은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직장 내 성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성 직장인 중 성희롱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35.2%로 남성(18.9%)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비정규직 여성만 따지면 성희롱 경험 비율은 38.4%로 올라갔다.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직장인 가운데 68.0%는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7.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대표·임원·경영진 등 사용자’(21.5%)였다.
가해자 성별은 여성의 88.2%가 ‘이성’, 남성의 42.1%가 ‘동성’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8%는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의 스토킹 피해 경험은 10.1%, 남성은 6.4%였다. 비정규직의 스토킹 경험은 12.5%로 정규직(5%)의 두 배 이상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의 직장 내 스토킹 경험은 14.7%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5.1%는 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도 있다고 답했다. 여성(24.1%)이 남성(8.1%)의 3배, 비정규직(22.3%)이 정규직(10.3%)의 2배에 달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중 29.7%가 고 답했다.
그러나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접수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위반(사업주의 성희롱) 신고 1046건 중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건은 129건(12.3%)에 그쳤다. 이 중에서도 과태료까지 부과된 경우는 80건이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일터가 이렇게 성범죄 무법지대가 된 이유는 결국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용자 성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직장 내 성범죄 신고가 들어간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