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이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번 FTA는 2년간의 조율을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앞에서 정식 서명이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랭햄 호텔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한·필리핀 FTA’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필리핀 FTA’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양허 수준 중심으로 기본 골격에 대한 원칙적인 타결선언으로 시작됐다. 이후 양국은 FTA에 내용에 포함된 △관세 철폐와 인하에 대한 상세 일정 △농산물 세이프가드 이행 절차 △상품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등에 대해 수차례 집중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 ‘한·필리핀 FTA’에 대한 모든 내용이 최종타결 돼 이를 법제화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법제화된 내용으로 FTA 협정문 영문본을 확정하고 국문본 번역과 법제처 심사 등 국내 절차를 지난 7월에 마무리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서명으로 전 세계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필리핀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와 아세안 자유무역지대 등 다자간 FTA 체약국이다. 양자 FTA는 지난 2008년 필리핀·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우리나라의 아세안 교역액 중 91%는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가 담당하고 있다. 필리핀은 아세안 5번째 FTA 체결국이 됐다.
또 FTA를 통해 우리나라는 필리핀 전체 품목의 94.8%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 물품 96.5%에 대한 관세를 없애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뤄졌다.
‘한·필리핀 FTA’ 주요 수혜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다. 이번 서명으로 한국산 자동차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과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은 최대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이를 통해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대폭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가공식품과 인삼, 고추, 배, 고등어 등이 15년 관세철폐 물품으로 포함된다. 관세철폐 절차로 우리 농·수산물의 필리핀 시장 수출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은 기체결 FTA와 한·아세안 FTA, RCEP 범위 내에서 기존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필리핀의 관심 품목인 바나나는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지만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세이프가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필리핀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이들은 “필리핀은 인구 1억1000만명으로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에 70%에 이르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교역은 175억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5위 교역국”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한 니켈과 코발트 등의 매장량이 풍부하다”며 “자원 부국으로서 향후 협력을 확대할 가치와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조진수⋅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