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규 세입자가 오면 전세금을 주겠다며, 이사부터 하라고 합니다. 집주인을 믿을 수 없어 열쇠를 주지 않고 전세금을 받으면 돌려주려고 하는데 추후 지연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세금 분쟁에서 지연이자에 관한 부분을 잘못 이해해 낭패를 보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전세금 지연이자는 세입자의 명도(집을 집주인에게 반환하는 의무)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주택 임대차에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경우 세입자는 지연된 기간을 계산해 집주인에게 이자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다만 집주인에게 열쇠나 디지털 도어락 등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채 지연이자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의 이러한 행동은 법률상 완전한 명도가 아니기 때문에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이사해야 할 때 열쇠 인계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택 임대차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은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
동시이행이란 각자의 의무를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계약이 종료될 때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부동산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마찬가지로 세입자가 거주한 주택의 열쇠를 집주인에게 인계했다는 것은 집을 집주인에게 반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법률에서는 ‘세입자가 명도의무를 완료했다는 것’을 뜻하는데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
세입자가 명도의무를 지켰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이사를 해 집을 비워주었지만, 열쇠를 인계하지 않았다면 법률상 완전한 명도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최근 주택에서 많이 사용되는 디지털 도어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을 완전히 비운 후 집주인에게 문 개방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법률상 명도이행으로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지연이자도 청구할 수 없다.
아울러 열쇠 인계에 관해 세입자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하나 더 존재한다. 열쇠를 인계하지 않았지만, 임차권등기를 완료했으니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하지만 임차권등기를 통한 지연이자 청구도 세입자의 명도의무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임차권등기는 이전 주택의 전입신고가 빠지더라도 세입자로서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일 뿐 명도의무 이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후 열쇠나 문 개방에 필요한 정보를 집주인에게 넘겨야 지연이자 청구가 가능하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집주인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도 든든한 안전장치가 된다.
한편 이사할 사정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굳이 임차권등기나 지연이자 청구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집주인이 전세금반환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계속 머물러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를 할 수 없어 세입자가 계속 머무는 상황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명도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지연이자는 청구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임차권등기를 신청할 순 있지만, 세입자가 머무는 것 자체가 이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만의 장점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