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말 못하고”…통증 시달리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아픈데 말 못하고”…통증 시달리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21일 ‘글로벌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환자 실태조사’ 발표
첫 징후 나타나 진료받기까지 6개월 걸려
단 5% 환자만 자신의 상태 이야기해 전달
“통증 만성화하지 않도록 조기 대처해야”

기사승인 2023-09-22 14:04:42
21일 비아트리스 코리아가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서 진행한 세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환자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비아트리스 코리아

# 당뇨를 앓고 있는 최성윤(54·가명)씨는 최근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격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은 밤낮없이 계속됐다. 통증 때문에 잠에 드는 것도 쉽지 않다. 뒤늦게 병원을 갔더니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진단받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당뇨병 환자는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한 진료를 받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평균은 첫 징후 또는 증상이 나타난 후 4개월 이내 첫 진료를 받지만, 한국은 6개월이 소요됐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5개국에서 진행한 세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 DPN) 환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9월 ‘통증 인식의 달’ 기간 중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기 위해 진행됐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신경이 손상되거나 비정상적 신경 기능이 생겨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33.5%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겪고 있으며, 이 중 43.1%는 통증을 호소한다.

실태조사 결과, 국내 당뇨병 환자가 말초신경병증을 진단받기 전 당뇨병과 통증의 연관성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86%로 세계 평균(61%)보다 높았다. 다만 감각이 둔해지고 통증을 느끼는 등 첫 징후가 나타난 이후 진료를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6개월로 세계 평균(4개월)보다 늦었다. 

권용철 비아트리스 코리아 의학부 총괄 전무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초기 증상이 발현됐을 때 당뇨병으로 인한 통증으로 생각하지 못한 환자 67%는 기존에 있던 다른 증상으로, 45%는 노화로 인한 것으로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환자들의 감정 상태와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행한 다른 나라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해당 질환으로 인해 삶의 질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5명 중 3명은 증상 때문에 직장에서 장기 휴가를 쓰거나 일상활동 등을 조절해야 했다. 이외에도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운동 능력, 감정 상태에도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이 이어졌다. 응답자의 52%는 손발이 저리는 듯한 만성적 통증이 계속돼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통증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짐이 되거나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는 마음이 든다고 답한 사람도 55%나 됐다.

문제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의심되는 상황을 인지해도 제대로 병의 상태를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이는 질병 진단이 늦어져 증상이 심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 100명 중 5명만이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13%, 스페인 23%, 이탈리아 26%, 멕시코 3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혈당으로 발의 말초신경 감각이 둔감해지면서 신경이 손상돼 당뇨발로 불리는 족부 궤양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족부 궤양은 심하면 발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김종화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장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통증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져 통증이 만성화하지 않도록 약물치료 등으로 대처해야 관리가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통증은 매우 주관적이고 환자마다 호소하는 증상이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의료진도 임상 증상에만 의존하면 진단을 놓칠 수 있다”라며 “환자들이 증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설명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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