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티셔츠 입은 ‘포서방’…포스트 말론 첫 내한 [쿡리뷰]

블랙핑크 티셔츠 입은 ‘포서방’…포스트 말론 첫 내한 [쿡리뷰]

기사승인 2023-09-24 13:05:44
첫 내한 공연을 연 미국 싱어송라이터 포스트 말론.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미국에서 날아온 ‘해바라기 가수’는 흡사 용광로 같았다. 화염 속에서 노래하는 뜨거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용광로는 각종 광석을 녹여 쇠붙이를 만든다. 그 역시 록, 힙합, 팝, 컨트리 등 온갖 장르를 녹여 또 다른 장르를 만들었다. 그 음악의 이름은 포스트 말론. 2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포스트 말론 콘서트는 그의 이름값을 확인하기 제격인 자리였다.

공연을 연 것은 뜻밖에도 장엄한 현악 연주였다. 4인조 오케스트라의 비애감 젖은 연주가 격정으로 치닫자 지글거리는 전자기타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말론은 한 손으로 맥주를 높이 쳐든 채 무대로 들어섰다. 꿀꺽. 술을 한 모금 들이킨 그는 연료를 채운 열차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첫 곡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 52주간 진입한 히트곡 ‘베러 나우’(Better Now). 관객들은 시작부터 ‘떼창’으로 말론에게 화답했다.

팔다리로도 모자라 얼굴에까지 문신을 새긴 힙합 스타는 의외로 귀여웠다. 데뷔 후 처음 한국을 찾아 3만여 관객 앞에 선 말론은 연신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고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뭔가를 말하려 할 땐 꼭 “신사숙녀 여러분”으로 입을 열었고, 노래를 끝낼 때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흥에 겨울 땐 그룹 블랙핑크의 사진이 박힌 티셔츠를 쥐어뜯었다. 말론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한국계 여성과 약혼했고 슬하에 딸을 뒀다. 공연장에선 그를 ‘포서방’(포스트 말론 서방)으로 부르는 팬도 있었다.  

한국 팬이 선물한 갓을 쓴 채 노래하는 포스트 말론. 포스트 말론 틱톡 캡처

말론은 이날 ‘록스타’(rockstar), ‘아이 라이크 유’(I Like You) 등 히트곡과 ‘오버드라이브’(Overdrive), ‘케미컬’(Chemical) 등 신곡을 골고루 들려줬다. 관객들은 말론의 애칭인 ‘포스티’와 본명 ‘오스틴’을 번갈아 연호하며 열광했다. 깜짝 협업도 벌어졌다. 말론이 객석에서 관객 한 명을 발견하고 무대 위로 올리면서다. 그는 “관객의 이름은 은지”라며 “은지가 나와 연주하고 싶어서 기타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은지씨가 기타줄을 퉁기자 말론은 ‘스테이’(Stay)를 부르기 시작했다. 머리엔 은지씨가 선물한 갓을 쓴 채였다.

말론은 온몸을 불사르듯 노래했다.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면서 랩을 했고, 남은 한 방울의 에너지마저 쥐어 짜낼 기세로 웅크려 고음을 내질렀다. 자신이 내뿜는 열기에 몸이 달았는지 중반부부턴 아예 윗옷을 벗고 공연했다. 그가 앙코르 곡으로 ‘선플라워’(Sunflower)를 선곡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우리말로 해바라기를 뜻하는 이 곡은 2018년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감독 밥 퍼시케티·피터 램지·로드니 로스맨)에 삽입돼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무대에선 말론 측이 준비해온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꼈다.

생명 탄생이 사랑의 비밀을 깨닫게 한 걸까. 말론은 아빠가 된 후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발매한 신보 ‘오스틴’의 첫 곡 ‘돈트 언더스탠드’(Don’t Understand)에서 ‘네가 왜 날 그렇게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노래했던 말론은 이날 관객들에게 “자신이 돼라. 사랑을 퍼뜨려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여기 많은 분이 계시죠. 그중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당신 자신이 되세요. 자신을 표현하세요. 여러분만큼 멋진 사람은 없거든요. 사랑을 퍼뜨리세요. 꿈을 향해 나아가세요. 그 누구도 여러분을 막을 수는 없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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