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패권 속 한국 산업의 발전은 중국의 기술 자립화 이전까지의 기술우위를 통한 시간 싸움에 승패가 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2023 쿠키뉴스 산업포럼-경제패권 전쟁, 한국의 기회가 온다’ 강연에 나선 박기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과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술 자립화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에 공감했다.
박 고문은 “일각에서는 레거시 반도체 기술은 이미 중국에 줘도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기술이 없어 애를 먹고 있는 중국에 기회를 준다면 바로 첨단산업 경쟁이 시작되고 한국 기술을 추격할 시간을 더 앞당기는 꼴”이라며 “중국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한국 역시 신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 수 있고 기술 우위를 점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패권전쟁이 향후 20~30년 이상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한국 산업이 마지막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대중 무역의 키 포인트는 독자적인 기술 우위를 통해 번 시간을 신기술 개발에 다시 투자해 갭을 벌리는 선순환에 달려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위원은 중국의 기술 자립화가 빨리올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인재를 들었다. 그는 “한국 인구의 30배에 달하는 중국에 천재가 태어날 확률이 훨씬 높기도 하고 무엇보다 의대와 법대를 선호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의 인재들은 이공계를 선호하고 있다”며 “미국, 한국, 일본, 독일, 인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중국과의 산업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전략적으로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서 경쟁력을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대부분의 중국 시장에서 한국 시장에 맥을 못 추는 이유를 보면 기술 우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며 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에서 꽤 큰 침대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의 물건이 정작 중국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으로 100% 수출하고 있더라. 중국 시장에 물건을 내놓으면 다음 달 더 저렴한 가격에 똑같은 품질의 물건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기술 우위가 없는 한국 산업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기에 긴 시간 싸움을 대비해 기술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 아래의 전략이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김 위원은 한국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동북아 블록화를 통한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단절하는 것은 아주 쉽지만 그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면 한중일 협력관계 속에서 시간을 두고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를 잘 살펴 신산업 분야를 잘 기르는 방향으로 위기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고문은 한국과 중국의 협력관계를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 관계 회복이 가장 우선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기술은 대부분 미국 등의 서방 세계에서 온 것들이고 중국에서 온 기술은 전체의 5%도 안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미국과의 기술 유입 통로”라며 “우리의 지식재산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이 선결됐을 때 잘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와 협력이 원활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영 기자 binia9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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