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하러(?)오는 관객'이 실제 있는 나라

'공연하러(?)오는 관객'이 실제 있는 나라

[나의 북한 유학 일기] 유학생 열병식 행사 초대 받아
전자 기기는 물론 열쇠조차 '보안 검사'로 반입 금지

기사승인 2023-10-04 09:36:22
북한에서의 유학 시절, 유학생들은 다양한 대형 공공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때론 행사의 화려함에 보다 일반 북한 주민들의 반응에 더 관심이 끌렸다.

그 대표적인 행사가 열병식이다. 북한이 외부세계에 보여주는 공식적이고 위엄 있는 모습은 이런 행사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입장 시에는 정장 착용이 필수이며, 전자기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열쇠나 라이터 등 작은 소지품도 행사장 내 반입이 금지되기에 버스 안에 보관해야 한다.

보안 검사는 차량 검사부터 시작되어 현장에 들어가기 직전 다시 한번 몸수색을 받는다. 관객들이 일찍부터 입장 줄을 서기에 대기해야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어서 편히 움직일 수 없다. 비가 오면 그대로 비를 맞고, 해가 쨍쨍한 날에는 땀을 벌벌 흘려야 했다.

그래도 무조건 참석해야 하는 행사라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우리 유학
'조중친선'을 위한 '아리랑공연' 모습. 사진=육준우
생들은 단상 아래에 위치했고, 단상에 있는 최고지도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김정은 지도자가 나올 때 ‘멋있습니다’ 라고 외치는 유학생들과는 달리 북한 동숙생 언니 오빠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외쳤는데 왠지 그 순간 사람들의 모습이 똑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도 인상 깊었다. 김정은 지도자가 참석한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모란봉악단과 국가공훈합창단의 공연에 우리 유학생들도 초대를 받았다.

보안 검사가 특히 까다로웠으며,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긴 대기 시간을 못 이겨 지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정은 지도자의 등장과 함께 공연장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처음으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보면서 간결한 춤과 의상 스타일에 놀랐고 친구들끼리 북한 '소녀시대'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모란봉악단의 가벼운 퍼포먼스와 대조되는 관객들의 반응은 너무 무덤덤하고 조용했지만, 지도자의 영상이 스크린에서 나올 때는 열정적인 만세와 박수를 보냈다.

다른 공연 행사들에 비해 아리랑 공연은 아무래도 외국 관광객의 여행 코스로 가벼운 공연 관람 분위기였다. 배경 화면은 출연자들이 들고 있는 카드로 만들어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볼 때는 여전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였다는 것을 누구나 수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있어서인지 북-중 친선을 표현하는 장면도 종종 보였다.
북한 당국이 유학생들에게 배포한 초대장 모음. 사진=육준우 

관객이 공연의 일부라는 말은 북한에서의 행사나 공연에서 더욱 명확하게 느껴졌다. 그 곳에서의 공연 참석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한 행위로 느껴졌다.

무대 위의 연주자와 객석의 관객,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이 뉴스를 통해 전달될 때 비로소 공연이 완성되는 것 같았다. 한국의 공연에서도 일명 ‘떼창’이라는 열광적인 호응이 있긴 하지만,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 아닌 공연을 하러 오는 관객들의 인상적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지금은 한중문화교류원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m529junw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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