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를 앞둔 가운데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가 현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소환됐다. 이로 인해 주요 현안에 관련된 증권사 CEO들의 소환은 불발됐다. 다만 향후 금융감독원 국감과 종합국감에 증권사 CEO가 추가로 소환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 출석 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11일 개최되는 금융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증인 명단을 확정한 것이다.
정무위가 출석을 요구하기로 한 인원을 살펴보면 일반증인 19명, 참고인 11명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현직 CEO는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유일하다.
홍 대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의 ‘꺾기’ 관련 소비자 보호 실태와 관련해 증인 명단에 올랐다. 꺾기는 대출성 상품 계약을 체결할 때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강권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외에도 하이투자증권은 새마을금고 관련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자기자본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꺾기 관련) 지금 표현되고 있는 용어들이 생소한 부분이라서 (대표이사가) 당일날 출석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꺾기는 증권사보다 은행과 같은 다른 금융권에서 쓰이는 단어”라고 말했다.
홍 대표 외에 정무위가 의결한 증인 및 참고인 명단 중 증권업계와 관련된 인물은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다. 신문요지 및 신청이유는 이화전기 그룹 매매정지 관련 증언 청취로 확인됐다. 소액주주 대표자가 국감에 불려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화그룹 소액주주들은 지난 6월 메리츠증권과 한국거래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앞서 5월10일 검찰이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거래소는 계열 상장사 3개에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시켰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이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거래정지 되기 직전 보유한 이화전기 지분 전량을 전부 매도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사전 행동 의혹에 휩싸였다. 지분 매도를 끝낸 10일이 김 회장이 구속된 날이기 때문이다. 소액투자자들이 집회에 나선 이유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실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시점이 지난 4월20일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구속과 매도 결정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6월15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화전기 매도건에 대해 “절차에 따라 필요한 것들 조치한 부분이 있고 앞으로도 하겠다”는 발언 이후 검사를 받았다. 아직 관련 내용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현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위 국감에서 이화그룹 거래정지 사태와 관련해 증언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대표 외에도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영향이다.
최 대표이사 외에도 주요 현안과 관련된 증권사 CEO들이 대거 명단에서 빠졌다. 연초부터 증권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음에도 불발된 것이다. 우선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됐던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이는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이 매도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총 605억4300만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주가 조작 정황을 사전에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해당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는 김 전 회장을 배후로 지목했었다. 라 대표 일당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통정매매 수법으로 8개 상장기업 주가를 조종해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대표와 키움증권 측은 ‘근거없는 모함’이라고 일축하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라 대표를 고소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린다"면서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다우데이타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으나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사모펀드 재수사로 특혜성 환매 의혹이 불거진 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 회장도 거론된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라임자산운용을 포함한 3개 자산운용사에 대한 추가 검사 발표에서 일부 유력인사의 환매 특혜의혹을 발표했다.
이에 라임펀드 환매 당사자로 지목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장문을 통해 “투자한 펀드는 과거 라임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환매 중단 대상 펀드와 전혀 무관하다”며 “투자운용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제안에 따라 투자했고, 해당 증권사에서 환매를 권유했다”고 반박해 쟁점에 올랐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특혜의혹에 대해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영역이라며 "조사협조나 자료요청이 있을 시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라임펀드의 환매 중단을 한 달여 앞두고 김 의원이 가입한 펀드(라임마티니4호) 가입자 16명에게 갑자기 환매를 권유하게 된 배경을 살펴봤다. 지난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 직후 질의응답에서 라임펀드 특혜 환매와 관련한 질문에 “유의미한 정황이 나왔는데 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처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과 연결된 증권사 CEO들의 소환은 당장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추가 소환 가능성은 남아있다. 금감원 국감은 오는 17일, 종합국감은 27일 열릴 예정이다. 여당과 야당은 양 국감에 소환할 명단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감 증인과 참고인 출석을 위해선 7일 전까지 요청서를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증권사 CEO의 추가 채택 여부는 10일과 20일까지 지켜봐야 한다.
한편,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자 관심 있는 부분인데 이번 금융위 국감에선 관련 증인들이 다 빠져 있는 상태”라며 “종합국감 때 간사들이 관련된 증인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