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그녀’ 엄정화 “아직은 끝이 아니다” [쿠키인터뷰]

‘화사한 그녀’ 엄정화 “아직은 끝이 아니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0-13 06:00:18

가수 겸 배우 엄정화.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가수 겸 배우 엄정화는 후배 연예인들의 롤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스타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연예계에서 엄정화는 30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파격을 두려워 않는 강단과 공백을 견디는 끈기가 그에겐 있다. 엄정화의 열정은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지난 10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말했다. “그냥 제 마음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어요. 제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 멈추고 싶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해내고 싶으니까.”

11일 개봉한 주연작 ‘화사한 그녀’(감독 이승준) 역시 치열한 물밑 노력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엄정화는 영화에서 마지막 한탕을 노리는 사기꾼 지혜를 연기했다. 지혜는 문화재 장사꾼 기형(손병호)의 아들 완규(송새벽)를 유혹해 재산을 빼돌릴 심산이다. 엄정화는 “만화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상황은 코믹해도 감정은 진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서사적 얼개를 쌓았다고 한다.

‘화사한 그녀’ 스틸. 배우 송새벽(왼쪽)과 엄정화.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에선 엄정화의 사랑스러움과 송새벽의 ‘똘끼’가 돋보인다. 엄정화는 “송새벽이 대본리딩 때와 다른 대사 톤으로 연기해 재밌었다. 코미디 장르에선 내가 더 유연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촬영 전 갈비뼈를 다쳐 한동안 운동을 쉬었는데도 엄정화는 후반부 액션까지 소화했다. 그의 노력에 하늘도 감동한 걸까. 엄정화는 비슷한 시기 촬영한 JTBC ‘닥터 차정숙’으로 올해 흥행 홈런을 쳤다. tvN ‘댄스가수유랑단’을 통해 음악 활동에도 시동을 걸었다. 세간에선 ‘엄정화 제3의 전성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올해는 보너스 같은 시기인가 봐요.” 엄정화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화사한 그녀’도 잘 된다면 나는 ‘대박 럭키(행운)’”라고도 했다. 그의 낙천은 고난을 뚫고 지켜낸 것이라 더 귀하다. 엄정화는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원래 목소리를 찾지 못해 한동안 노래도 못 불렀다. 한동안 연기에만 전념해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 등 히트작을 냈지만, 뜻이 맞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수년간 공백을 갖기도 했다. 엄정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내 마음은 멈추지 않는데 커다란 산에 부닥쳐 제자리에 선다면 훗날 너무 슬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어렸을 땐 두려운 게 많지 않았어요. 저를 믿는 힘이 컸거든요. 기회도 많았고요. 요즘엔 달라요. 나는 오래 활동하고 싶은데, 이 작품을 잘 해내야 그다음이 있다는 생각이 두려울 만큼 들어요. 그래서 작품 하나하나 더 소중해요. 힘든 일은 언제든 올 수 있어요. 다만 지금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돌아보면 그래요. 힘든 게 다 나쁘기만 하진 않았어요. 그 시간이 내게 가져다주는 것도 있더라고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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