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지하 주차장이 무너졌던 LH 인천 검단 아파트의 레미콘 원자재로 미인증 순환골재가 사용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저하됐고, 17개 주거동 가운데 3개동이 재건축을 해야될 수준인 ‘안전성 평가 D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 주차장이 붕괴하지 않았다면, 입주민들은 자칫 노후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인천 검단 AA13-1BL, 2BL 정밀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콘크리트 압축강도를 평가하기 위해 ‘콘크리트 공시체’ 표면을 분석한 결과,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된 골재가 순환골재로 추정되는 골재 또는 일부 풍화암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공시체는 콘크리트 압축 강도 시험에 쓰기 위해 타설 당시 사용된 콘크리트와 동일한 재료로 만든 샘플로, 자동차의 ‘블랙박스’처럼 건설현장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다.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된 굵은 골재의 경우 입자 형상이 양호하지 못한 발파석이 다수 사용됐고 잔골재는 목재 조각, 방수층 조각, 붉은 벽돌 입자 등이 확인됐다. 콘크리트에 직경 20mm 이상의 구멍과 빈틈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단위용적질량 기준치인 2,200kg/㎥ 이하 콘크리트가 약 85%인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내벽과 외벽, 슬래브 부재간 콘크리트 압축강도 편차가 발생하는 한편 압축강도가 저하된 요인으로 콘크리트 다짐 불량과 순환골재 사용을 지목했다.
순환골재가 집중적으로 사용된 곳은 1블록 주거동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안정성 평가 결과, 1블록 7개 주거동 가운데 101동, 102동, 103동 등 3개동이 D등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가 재건축을 해야될 정도의 노후 아파트 상태였다는 말이다.
앞서 GS건설은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2블록뿐 아니라 1블록까지 전면 재시공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고 이후 1블록에 순환골재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순환골재는 폐콘크리트를 파쇄‧가공해 그 속에 포함돼 있는 골재를 추출, 다시 건설용 골재로 재활용하는 것으로 주로 도로공사 노반재로 사용된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순환골재를 사용할 수 있는 공사 용도가 규정된 만큼, LH 검단 아파트의 미인증 순환골재 사용은 법률 위반 논란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순환골재 콘크리트의 내구성 및 강도 저하에 대한 우려로 신축 건축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종식 의원은 “지금까지 LH 검단 아파트는 철근 누락에 따른 ‘순살 아파트’ 논란에만 주목했지만, 이번 공시체 분석을 통해 부실 골재가 사용됐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골재 관리‧공급을 비롯해 관급자재 전반에 대해 GS건설, LH, 감리사가 함께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