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쟁을 유발하는 현수막과 태스크포스(TF)를 없앨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민생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20일 국민의힘은 전국의 정쟁 유발 현수막을 일괄적으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홍보국은 이날 오전 국회 앞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에서 정쟁 현수막 철거를 진행했다. 기존 현수막의 슬로건은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이후 게재한 현수막은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다.
앞서 지도부는 정쟁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정감사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과도한 현수막 게시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고 피로하게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며 “(옥외광고물법 개정 관련) 민주당과 전향적으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정쟁형 현수막을 이 시간부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사무총장을 통해 각 당협에 지시를 내릴 것”이라며 “또 정쟁형 요소가 있는 당 소속 TF도 정리할 예정이다. 세부 내용은 검토 후 말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향후 현수막 게시 가이드라인에 대한 질문에 “예산과 민생, 정책 등에 대한 것들을 현수막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계속해서 문제시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혐오와 모욕으로 점철된 현수막이 어린이보호구역까지 무분별하게 게시돼 정치혐오를 부추겼다”며 “운전자 시야 방해, 신호등 확인 방해 등 국민 일상을 위험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는 지난 4월 4일 정당 현수막 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또 인천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정당현수막 금지 조례를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겠지만 민생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이 같은 것들이 누적돼야 한다. 보통 12월이 조금 지나서 중도층에 어필하는 전략을 하는데 조금 일찍 시작했다”고 내다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에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좋지 못하다”며 “야당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정당이라면 여당은 책임지는 정당이다.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여론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절박함 속에서 나름대로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