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리스크, 증권사 악재로 ‘급부상’

채권 금리 리스크, 증권사 악재로 ‘급부상’

美 10년 만기 국채 금리…16년 만 '5% 도달'
국내 증시도 ‘악영향’…코스피 2400선 내줘
증권사, 채권 평가손실 ‘우려’…수익률 ‘악영향’

기사승인 2023-10-21 06:00:22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증권사들의 평가 손실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익성 악화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높은 운용 채권 규모로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오후 5시 직후(미 동부시간) 연 5.001%를 기록한 이후 4.9%로 마감했다. 해당 금리가 연 5%를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점으로 시중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여파로 30년 만기 기준 미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8%대에 도달했다. 지난 2000년 이후 23년 만의 오름세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이목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뉴욕경제클럽 연설에 집중됐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쌓는 데 필요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는 지표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언급은) 지금의 성장세가 너무 강하고 이대로는 물가 안정은 쉽지 않아 긴축이 더 필요하다는 말로 보인다”며 “이는 통화정책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으로 다가왔다. 지난 20일 장 마감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9%(40.80p) 떨어진 2375.00으로 2400선을 내줬다. 같은 기준 코스닥 지수도 1.89%(14.79p) 내린 769.25로 집계됐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증권사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국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 때문에 주식시장에 치명적이다. 증시 하락으로 거래대금이 줄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손익까지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은 하락해 수익률에 악영향을 준다. 채권 평가 손실 리스크가 커졌다는 얘기다. 

증권사별 자산 내 채권 비중.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이 분석한 자산 내 채권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이어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키움증권 순으로 확인됐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산 내 채권 비중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시장 금리 민감도는 높을 수 있다”며 “채권 비중이 높은 증권사 중 상위 3사는 평균 31.7%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증권사는 운용 채권 규모도 높게 나타났다. 규모가 높은 만큼, 평가손실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운용 채권 규모는 각각 약 29조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증권(18조원), NH투자증권(18조원), 키움증권(13조원) 순이었다.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전망에 따라 당분간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연동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고채 금리 변동성 확대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 하락 재료가 미미한 가운데, 국고채 금리 역시 하단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고 3년은 기준금리 대비 40~60bp 내외, 국고 10년은 3년 대비 15~30bp 내외 움직임을 당분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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