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소 2년 이상 지속 될 것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소 2년 이상 지속 될 것

방종관 예비역 육군 소장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하면서 최소 1주, 최대 1개월 정도 작전기간 고려했을 듯”
“제1차 세계대전처럼 교통호서 소총‧수류탄으로 싸우고, 재래식 포병 사격물량이 전투 주도권 좌우”
“동맹과 우방국의 협조된 전쟁지속능력 확보가 더욱 중요”

기사승인 2023-10-26 15:20:27
방종관 예비역 육군 소장(서울대학교 산학협력교수⋅사진 오른쪽). 세종연구소 제공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 주제를 가지고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1차 세종국방포럼에서 방종관 예비역 육군 소장(서울대학교 산학협력교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방종관 예비역 소장은 이날 ‘군사혁신에 대한 5가지 질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방 예비역 소장은 “개전 초기, 러시아군의 고전은 목표·방법·수단의 불균형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러시아의 군사혁신은 주변지역 ‘소규모 분쟁’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목표로 추진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은 ‘대규모 재래식 전쟁’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 군사혁신의 ‘목표’와 전쟁의 규모(수단)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00년 11월, 푸틴 대통령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체첸 같은 지역에서 신속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동성 있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규모는 체첸 대비 영토는 약 45배, 인구는 약 30배에 달한다”고 러시아의 전쟁 오판을 지적했다.

또 “기동전은 ‘분권화 지휘’를 필수로 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지휘통제방식(조직문화)은 고도로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에 불균형이 초래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연관되어 있어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는 2023년 3월 7일 NYT에서 ‘러시아군은 총참모장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중앙집권화 되었다. 부사관 및 병사들은 권한이 없어 융통성 있는 작전이 불가능하다.’ 보도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전쟁이 경과하면서, 러시아는 군사작전의 범위를 축소하고(2022년 3월 말),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으며(2022년 9월), 소모전 방식으로 작전수행방법을 전환(2023년)했다. 이는 전략 3요소의 상호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 예비역 소장은 “소련의 무기체계는 전통적으로 ‘질’보다 ‘양’을 중요시했다. ‘양은 그 자체로 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레닌의 말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규모의 장비와 인명 피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승리했다. 반면, 서방국가는 인명손실의 최소화를 위해 무기체계의 설계 과정에서 기동·화력·방호의 균형을 추구한다”며 “소련 전차는 기동성·화력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생존성은 최소한으로 고려한 덕분에, 서방 전차 1대 예산으로 2~3대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 전차는 방호능력은 취약하고, 디지털·자동화도 서방국가에 비해 늦다. 냉전이 해체되면서 러시아군도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전차도 냉전 시대에 비해 5분의1 수준인 약 1만대로 감축(운용은 3∼4천대)됐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무기체계 설계 방식은 ‘냉전시대’와 동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러한 취약점들이 누적되면서 대규모 전차 손실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방 예비역 소장은 “냉전이후, 우크라이나 군사력의 약화는 위협인식의 부재에서 시작됐다. 2005년 말, 의회는 「5개년 전력건설계획(독립이후 최초 작성)」 관련 국방예산 증액을 거부했다. 정부도 부족한 국방예산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장비를 무분별하게 해외 매각했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을 목도하면서도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2014년, 크름 반도를 러시아에 병합당하는 위기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 6천명에 불과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항공기는 약 15%만 가동됐고, 전차·장갑차는 엔진이 작동하지 않거나 배터리조차 없는 경우도 다수였다. 결국, 위협에 대한 인식은 군사전략(군사혁신)의 목표 설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상실하고 돈바스 분쟁에 직면하고 나서야 군사력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용 예산이 제한됐기 때문에 비대칭 수단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넵튠(Neptune) 지대함 미사일은 2015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2021년에 개발이 완료됐다. 하지만, 양산예산이 부족해 불과 24발만 배치할 수 있었다. 2022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는 넵튠 지대함 미사일과 또 다른 비대칭 무기인 TB-2 바이락타르(2019년 튀르키예에서 도입) 무인기, 스타 링크체계를 통합 운용해 러시아 중순양함(모스크바)을 격침시켰다. 미국이 제공한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스팅어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등도 러시아 기갑부대·항공기에 대한 비대칭무기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11차 세종국방포럼. 세종연구소 제공

그러면서 방 예비역 소장은 “소련의 군사이론가들은 1991년의 걸프전쟁에 대해 역사상 최초의 ‘정보화시대 전쟁’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미국도 이를 ‘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군사혁신)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표현하고 도약적인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등장하는 우주기반 Delta·Gis Arta 시스템, 대규모 드론 운용, GPS 유도 다연장로켓,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그 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병사들은 제1차 세계대전처럼 교통호에서 소총과 수류탄으로 싸우고 있고, 재래식 포병의 사격물량이 전투의 주도권을 좌우하고 있다. 하나의 시점에서 다양한 전쟁수행 방식이 공존하는 것이다.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군사혁신은 기존 전쟁수행 방식이 줄어들고 새로운 전쟁수행 방식이 확산되는 과정이다. 결국, 전쟁수행 방식의 변화는 장기간의 ‘진화적’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식 전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걸프전쟁(1991년)과 이라크전쟁(2003년)의 이미지를 통해 미래 전쟁을 상상해 왔다. 공군력 위주의 압도적인 정밀타격, 적의 지휘통제체계 마비, 단기간의 지상 작전으로 승리를 의미한다. 아군 전사자와 부상자는 극소수이고, 민간인 피해도 거의 없었다. 러시아도 이와 같은 방식의 전쟁을 생각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가능성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방예산(전략의 수단)의 격차를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의 국방예산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예산의 차이는 수단의 차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방식의 군사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2022년 미국 국방예산: 8,770억 달러, 세계 1위, 전 세계 국방비의 40%, 2∼11까지의 국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음. 국방 R&D 예산은 1,170억 달러에 달함. 2022년 러시아 국방예산: 864억 달러, 세계 3위, 국방 R&D 예산은 24억 달러에 불과함).

또 방 예비역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신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용어가 언론을 장식한다 서방이 지원한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TB-2 바이락타르 무인기, 하이마스 다연장로켓, 스톰 섀도 공대지순항미사일, ATACMS, 러시아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게임 체인저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영국 왕립군사연구소(RUSI)는 개전이후 5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무인기의 90%가 파괴됐고, 고정익 무인기의 평균 수명은 약 6회 비행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킨잘도 패트리어트에 격추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전쟁은 자유의지를 가진 적과의 대결이기에 대응체계가 출현할 수밖에 없다. 무기는 제병협동성·합동성 차원에서 다른 요소들과 얼마나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효과의 대부분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방 예비역 소장은 “전략의 수단에는 무기체계·부대구조 등을 포함한 유형적 요소뿐만 아니라 교육훈련·조직문화 같은 무형적 요소도 포함된다. 통상, 무형적인 요소 보다 유형적인 요소를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국회 등에서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의 세계 군사력 순위(무기체계 고려)를 인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2년도 기준 GFP 발표 순위에 따르면 러시아 2위, 우크라이나 22위, 한국 6위이다. 참고로, 외국 정부나 전문성 있는 기관에서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 수치를 인용하지 않는. 산출방식조차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국회 등에서 이러한 기관의 수치를 인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형적 요소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NATO가 지원한 ‘다국적 합동훈련단-우크라이나(JMTG-U)’이 대표적이. 2015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대부분이 대대단위로 입소해 실전적인 훈련기회를 제공받았으며, 이는 개전초기의 성공적인 방어에 크게 기여했다. 전승에 유형적 요소가 필요조건이라면, 무형적 요소는 충분조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방 예비역 소장은 “역사적으로 침략전쟁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단기간에 전쟁을 승리로 종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제1·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도 동일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최소 1주, 최대 1개월 정도의 작전기간을 고려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함. 특히, 장비·물자의 소모 속도가 예상을 초월한다.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독자적으로 1년 이상 대규모 전면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동맹과 우방국의 협조된 전쟁지속능력 확보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의 군사혁신은 미군의 영향으로 ‘기술 중심’으로 경도된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위협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고, 목표는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표현된다. 또한, 무형적 수단이 군사혁신의 범위에서 배제되고, 목표·수단·방법의 연계성과 균형성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녹스(MacGregor Knox)·머레이(Williamson Murray)도 ‘군사혁신은 특정한 적을 상대로, 특정한 전장에서, 특정한 작전·전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되었다.’라고 강조 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위협 분석에 기초한 합리적이고 명확한 목표 설정, 무형적 수단, 목표·수단·방법의 연계성과 균형성이 중요함을 증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군대도 한국적 특성에 부합하는 군사혁신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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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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