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여파로 난항인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들의 낙폭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련 테마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섹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1일 종가 기준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는 전 거래일 대비 5.60% 급등한 2만8275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9월12일 상장 당시 기준가인 2만485원과 비교할 경우 무려 38.02%나 급등했다.
해당 ETF는 증권사와 장외파생(스왑)계약을 통해 목표지수 수익률을 제공받는 금융상품이다. 아울러 ‘iSelect 2차전지 TOP10지수’의 일간수익률 마이너스 1배를 추종한다. 쉽게 말해 구성된 10개의 2차전지주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특히 상장 전부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상반기 높은 오름세를 시현했던 2차전지 관련주들이 일제히 조정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락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장 이후 약 한 달 만에 442억원이나 몰렸다. 다만 2차전지 관련주들의 하락을 부추기는 상품이란 원성도 일었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인버스 ETF의 출시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 과도한 상승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며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앞선 사례를 생각해봤을 때 2차전지 하락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시점 기준으로도 2차전지 섹터의 주가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31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34% 떨어진 62만원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준 에코프로비엠도 7.45% 급락한 19만6200원을 기록했다. 하이니켈 양극재 전문회사인 엘앤에프의 경우 8.36% 내린 13만40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의 지난 한 달간 주가 변동폭을 살펴보면, 에코프로는 31.18% 감소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도 각각 22.45%, 24.79% 내려갔다. 이번달만 해도 20%가 넘는 주가 내림세를 선보인 셈이다.
인버스와 달리 정방향을 추구하는 ETF 상품도 수익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태다. 일례로 지난달 19일 BNK자산운용이 출시한 ‘BNK 2차전지 양극재’ ETF를 들 수 있다. 해당 상품의 지난 31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20% 가까이 하락했다.
향후 2차전지 관련주의 흐름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2차전지 섹터 내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주가 조정을 포함해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4.80% 하락한 197.36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공급업체 파나소닉 홀딩스가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는 게 악재로 다가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따른 테슬라 하락 여파로 2차전지 대형주 낙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전망은 바이든의 재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트럼프가 당선되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주가 수준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과매수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