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동일 직장 내 사무담당 내근부서에 근무하다 생산 관련 현장부서로 전근하게 되는 경우 (사무직⇢생산직)
② 음식점 사업주였으나 경영난으로 사업주를 배우자로 변경하고 본인은 배달 사무를 전담하게 된 경우 (음식점주⇢배달원)
③ 소형 건설회사 현장관리자였으나 구인난으로 중장비 운전 업무도 겸임하게 된 경우 (관리자⇢운전겸업)
답은 ‘없다’ 입니다. 위 3가지 사례 모두 상해, 실손의료비보험 가입 후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내용에 해당합니다. 직무, 직업 변경 사실을 보험사에 빠르게 알리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보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 계약 체결 후 신체 상태 및 직업환경 등 변경 사항을 보험사에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통지의무’라고 합니다.
피보험자의 직업환경 변경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보에 해당합니다. 직업·직무는 피보험자의 사고위험 발생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변경되면 보험료와 보장범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험한 직무·직업으로 변경시 사고 발생 위험도 증가하므로 보험계약자가 납입해야 할 보험료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위험성이 낮은 쪽으로 변경된 때에는 납입할 보험료가 낮아지겠죠.
만약 바로 보험사에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통지 지연에 따라 발생하는 불이익은 소비자 몫입니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삭감해 지급할 수 있습니다. 아예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일례로 상해보험에 가입한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항공기 정비원으로 취업했습니다. 취업 사실을 보험사에 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A씨는 상해 후유장해를 입었고 상해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A씨가 취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했습니다. A씨는 보험금 삭감이 부당하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피험자나 계약자가 직업, 혹은 직장 변경만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직장이나 직업은 그대로인데 직무가 추가·변경된 경우도 포함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실제 금감원에는 상해, 실손보험 가입 후 동일 직장 내 구체적 직무가 변경됐는데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아 불이익을 당했다는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질병, 상해보험표준약관상 ‘직무’는 직책이나 직업상 책임을 지고 담당해 맡은 일을 말합니다. 담당 직무만 바뀌어도 상해 위험 크기가 변동될 수 있고, 담당 직무는 그대로인데 새로운 직무를 겸임하게 된 경우 역시 통지 대상에 포함됩니다.
통지의무를 이행한 가입자는 보험료를 조정하거나 일부 보장을 담보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직무 변경으로 상해위험이 감소한 경우에는 오히려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계약 해지로 이미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는 금전적 손해도 피할 수 있죠.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변경 사실을 알릴 때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는 것인데요. 보험설계사에게 알리는 것은 법적인 효과가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는 보험 계약을 중개하는 사람에 불과하며 보험사를 대리해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보험설계사에게 얘기해 통지가 이뤄진 것으로 오해해 뒤늦게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보험사에 우편, 전화 등 방법으로 직접 알려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