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는 요즘 K팝 아이돌 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지난달 27일 서울 방이동 K스포돔에서 시작한 단독 콘서트 덕분이다. ‘돌팬’(아이돌 팬)들이 감탄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공연장 맞은편에 마련된 ‘히어로 스테이션’이다. 이곳은 공연 전엔 영웅시대의 사랑방이, 공연 중엔 부모를 마중 나온 자녀들의 대기실이 된다. 3일 ‘히어로 스테이션’에 직접 가보니 곳곳에 설치된 난로 20개가 훈기를 뿜어냈다. 난로 주변엔 10~15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디귿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혜경(53)씨는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영웅 콘서트를 여러 번 봤다는 김씨는 “공연 첫날은 난로가 없었고 부스도 좀 더 좁았다. 오늘 비가 온다고 하니 난로를 설치하고 공간도 넓힌 듯하다”며 감탄했다. 전영자(66)씨도 “곧 비가 내려 추워진다는데 이렇게 쉴 공간이 있으니 편하고 좋다”며 “서비스가 최고”라고 했다. 관객을 놀라게 한 건 이 쉼터만이 아니다. 임영웅 측은 공연장 뒤편에 간이 화장실 10여대를 설치하고 곳곳에 포토존도 마련했다. 대구에서 온 전현(63)씨는 “화장실 대기 시간이 1~2분도 안 된다”고 귀띔했다.
이런 진풍경은 “콘서트는 아티스트와 영웅시대의 축제”라는 소속사 물고기뮤직과 임영웅의 믿음에서 탄생했다. 물고기뮤직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공연 시작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찾는 분들이 많으시다. 그중엔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영웅시대 분들도 많다. 예매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페이스 페인팅, 투어 기념 스탬프 찍기, 엽서 보내기 등 무료 이벤트 부스를 운영 중이다”라며 “(콘서트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기억하는 시간인 만큼 매우 소중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각종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아이돌 팬덤 사이에선 ‘모든 소속사들이 본받아야 한다’는 성토가 나온다. 아이돌 팬들은 스스로 불가촉천민이라고 자조할 만큼 기획사나 용역업체로부터 푸대접을 받곤 한다. K팝 공연장에선 관객이 촬영 장비를 지녔는지 확인하겠다며 과도하게 몸수색을 벌이거나, 본인 확인을 하겠다는 이유로 관객의 신분증을 요구하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읊게 하는 사례가 흔하다. 영웅시대 회원인 할머니를 모시고 공연장을 찾은 이수민(20)씨는 “다른 K팝 가수 공연을 여러 번 가봤지만, 야외 대기 공간이나 간이 화장실을 마련한 공연은 처음 봤다. 안내 요원도 다른 공연보다 많고 친절하다”고 비교했다. 이씨의 할머니 차광자(80)씨는 “나이 든 관객을 배려해줘 각종 시설을 이용하기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임영웅의 미담이 온라인을 타고 퍼지면서 콘서트 티켓 예매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 29~30일 열리는 대전 공연 티켓은 전날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완판’됐다. 20·30대들 사이에선 임영웅 콘서트 티켓이 효도 아이템으로 통한다. 티켓 가격을 30배까지 부풀려 되파는 암표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 ‘히어로 스테이션’에서 만난 김씨는 “대전 콘서트를 보려고 ‘피켓팅’(피 튈 만큼 치열한 티켓팅)에 도전했는데 예매창에 접속하는 데만 6분이 걸렸다. 들어가니 이미 매진이었다. 그래도 ‘취줍’(취소표 예매)으로 어떻게든 티켓을 구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