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붙잡거나 애태우지 않고” [쿠키인터뷰]

박보영 “붙잡거나 애태우지 않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1-13 16:18:54
배우 박보영. 넷플릭스

배우 박보영은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대본을 보다가 중간에 책을 덮었다. 자신이 맡은 간호사 강다은과 환자 김서완(노재원)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려서다. 서완은 오랜 시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망상증에 빠진 인물로 다은을 게임 속 중재자로 여겨 잘 따른다. 지난 10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재원씨와는 촬영 내내 서로 ‘서완님’ ‘중재자님’이라고 불렀다”면서 “재원씨는 제 ‘눈물 버튼’이었다”고 돌아봤다.

눈물을 쏟아가며 완성한 드라마는 ‘위로를 준다’는 호평과 함께 순항 중이다. 지난 3일 공개된 후 한국 시리즈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보영은 “마침표를 잘 찍은 기분”이라고 했다.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정신병동에도~’가 자신을 성장시켜줬다고 했다. 상대방 기분이 상할까 ‘예스맨’이 된 다은에게서 박보영은 자신을 봤다. EBS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해 배우로 산 지 벌써 18년. 박보영은 “사람들이 나를 친절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한때 힘들었다”며 “이런 내가 불쌍하다는 친구의 말에 요즘은 달라지려고 한다. 더 건강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한 장면. 박보영(왼쪽)과 노재원은 서로를 배역 이름으로 부르며 유대감을 쌓았다. 넷플릭스

박보영은 칭찬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극 중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다은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치료법이다. 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과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으로 이른 성공을 맛본 배우는 그동안 자신에게 엄격했다. 남들이 해주는 칭찬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를 찍을 당시 소속사 대표를 찾아가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내 위치와 그릇을 알고 나를 제3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삼던 박보영은 칭찬 일기를 쓰며 “나를 너무 작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봤어요. 저는 너무 창피했는데, 대표님이 아주 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제 연기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말씀해주셨죠. 그런 좋은 어른이 곁에 많아요. ‘정신병동에도~’ 현장에선 (이)정은 언니와 전배수 선배가 이정표가 되어주셨고요. 그 길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저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성장통을 치른 박보영은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정신병동에도~’로 내보인 서늘하고 그늘진 얼굴을 시청자가 자연스레 받아들인 데서 얻은 용기 덕분이다. 박보영은 “한때 나를 어리게만 봐서 빨리 나이 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잘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며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려 하거나 다가오는 시간에 애태우지 않게 됐다. 올해의 나를 잘 보내주고 내년을 잘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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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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