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약발 다했나…당국, ‘시장조성자 금지’ 카드 만지작

공매도 금지 약발 다했나…당국, ‘시장조성자 금지’ 카드 만지작

외국인 이탈 소식에 빠르게 진화 나선 금융당국
공매도 금지 효과 ‘반짝’…코스피, 규제 전으로 회귀
시장조성자까지 검토한다는 당국…증권가 우려

기사승인 2023-11-14 06:05:02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오는 6일부터 24년 상반기(24년 6월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정부가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결정 배경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공매도 금지 대상에 시장조성자도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 주식 수탁은행 중 하나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이 한국 주식 전산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글로벌 초대형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내년도 한국 시장에서 대차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 목표치를 ‘없음’으로 설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 이탈 신호가 아니냐는 시장 불안에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외국인 공매도 누적 거래액은 107조63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전체 공매도 누적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9%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양사에 확인한 결과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SSBT는 전산시스템 등을 정비하는 차원이었고, 메릴린치는 수익목표치를 한때 ‘0’으로 설정했다가 이후 수정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또한 금감원은 홍콩 등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을 만나 공매도 한시적 중단 조치 배경 설명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공매도 중단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5일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그 배경으로 △고금리 환경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반기 국내 증시 변동성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 증시 대비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과거 공매도가 한시 중단됐던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때처럼 명확한 거시경제적 외부 충격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표심 잡기 행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었다. 지난 3일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의원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키웠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인해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통신사인 블룸버그에 지난 5일(현지시간)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큰 제약이 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에 급등했던 코스피지수가 2400선 초반으로 밀리고, 코스닥 지수는 발표 이전으로 회귀하면서 ‘약발’도 다했다는 분석이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0포인트(0.24%) 하락한 2403.76에 마감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직전인 지난 3일(2368.34)과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일 2502.37로 반짝 상승했으나 이후 내림세다. 코스닥 지수도 774.42(-1.87%)로 장을 마쳤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6일과 7일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같은 논란에도 금융당국은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예외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시장조성자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높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시장조성자도 (공매도를) 막아놓으면 투자자 보호라든가 우리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의견을 좀 들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증권가 반응은 회의적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 제한은 ETF, 선물 옵션 등 구조화 상품 투자자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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