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뇌관 '생숙'이 위험하다

전세사기 뇌관 '생숙'이 위험하다

기사승인 2023-11-18 10:17:35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또 다른 전세사기 뇌관으로 지목됐다. 내년 말 적용될 규제 때문이다. 생숙 소유자들은 숙박업으로 용도변경을 하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 주거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8일 레지던스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생숙 숙박업 신고계도 기간과 이행 강제금 처분을 내년 말로 연기했다. 올해 10월까지 2년 유예를 뒀지만 업계 반발이 심하고, 원래부터 숙박업으로 사업을 해온 소유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12월까지 생숙을 주거용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 건축물’로 간주돼 시가표준액의 10%가 강제금으로 부과된다. 이행강제금은 연 2회 부과 가능하며 횟수 제한은 없다.

생숙은 건축법상 숙박시설이다.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생숙은 이런 장점에 아파트값이 치솟고 청약이 잘 안 되던 시절에 신개념 주거시설로 각광받았다.

생숙 소유주들은 당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주택임대사업자 허가를 받고 임대사업을 영위했다. 그러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불법 주거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는 생숙을 주거 용도로 계속 사용하고 싶다면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라며 2년 유예기간을 줬다.

생숙 소유자들은 느닷없는 규제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생숙 관리와 분양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용도변경이 쉽지 않다. 분양자 100%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주차장 면적 확대 등이 요구된다.

생숙은 또 주택과 달리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대상이 아니다. 생숙 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전세사기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계속해서 공실이 생기고 있는 마당에, 숙박시설로 용도를 바꾸면 누가 거주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생숙 소유자는 보증보험 가입대상이 아니어서 문제가 생기면 사업자도 파산하지만 세입자도 보호받을 길이 없다”며 “전세사기보다 훨씬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물 한 개동을 통째로 임대하는 이른바 ‘통생숙’ 사업자일수록 피해는 더 클 전망이다. 통생숙은 8~10층 이하 건물에 25개~50개 호실을 모두 임대하는 생숙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생숙은 수원시와 경기도를 포함해 1000개동, 전국엔 1만개동이 있다.

수원시생활숙박협회 관계자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고, 설령 구하더라도 상호간 채무이행각서를 써야 한다. 누가 채무이행각서를 쓰고 보증금 맡기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입자가 안 들어오고 나가기만 할 텐데 그럼 보증금을 어떻게 돌려주겠느냐”며 “100퍼센트 자기 돈으로 건물을 짓지 않고 대부분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룬 상태로 어쩔 수 없이 전세사기처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에서 원했던 고시원 단점, 청년주거 징검다리라는 취지에 맞게 운영해왔다”라며 “우리는 선의의 피해자”라고 한탄했다.

한편 국토부는 계도 기간 동안 시설·분양 기준·허가 절차 등 생숙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와의 만남은 꺼리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 초 업계에 간담회를 제안했다가, 명확한 사유없이 간담회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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