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김혜수·5관왕 ‘밀수’…제44회 청룡의 순간들

굿바이 김혜수·5관왕 ‘밀수’…제44회 청룡의 순간들

기사승인 2023-11-25 00:29:38
제44회 청룡영화상 생중계 화면 캡처

충무로를 빛낸 별들이 여의도를 수놓았다. 24일 서울 여의도동 KBS 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5관왕의 기쁨을 누린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부터 각각 3관왕에 오른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와 ‘올빼미’(감독 안태진)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 골고루 상이 돌아갔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청룡영화상을 떠나는 ‘청룡의 여인’ 김혜수를 향한 헌사도 이어졌다. 제44회 청룡영화상의 인상 깊은 순간을 돌아봤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고민시. 생중계 화면 캡처

어리둥절 고민시, “잘못됐다”는 조인성… 이색 순간

새로이 상을 탄 이들이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은 배우들은 얼떨떨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화란’(감독 김창훈)의 주인공이던 홍사빈은 “죄송하다, 제가 공중파 출연이 처음이라…”라며 운을 떼며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밀수’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고민시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음에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떨결에 박수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였다. 재치 있는 소감도 눈에 띄었다. 같은 작품에서 열연한 박정민을 제치고 조연상을 수상한 조인성은 그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조인성은 인기상을 받을 때도 “인기 많아 좋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아니라고 했다”면서 “오늘은 청룡에 인정 받았다. 인기 많아서 기분 좋다”고 말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전여빈. 생중계 화면 캡처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올해 청룡영화상 역시 감동적인 소감이 눈길을 끌었다. ‘거미집’(감독 김지운) 미도 역으로 조연상을 받은 전여빈은 덜덜 떨며 무대에 올라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그는 ‘거미집’을 빗댄 신조어로 ‘중꺾그마’를 들며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아무리 꺾여도 괜찮다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실체 없는 것도 실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엔진이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믿는 게 재능”이라는 영화 속 대사를 언급한 그는 “타인을 믿어줄 수 있는 만큼 나 자신도 믿고 싶다. 누군가를 믿을 순 없을 때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믿어주겠다”고 덧붙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재미난 소감도 있었다. 두 번째로 남우주연상 영예를 안은 이병헌은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룡상을 한 번쯤 받고 싶을 것”이라며 “내 손에 트로피가 들린 걸 보니 정말 공정하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김혜수와 함께 춤추는 박진영. 생중계 화면 캡처

배우들 일으킨 장기하, 김혜수와 춤춘 박진영

‘밀수’로 음악상을 받은 장기하는 축하공연과 수상소감을 함께 곁들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밀수’ 매인 테마곡을 선보인 그는 ‘부럽지가 않어’와 ‘풍문으로 들었소’를 연이어 선곡해 객석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이어 현장에 자리한 이들을 일으켜 떼창을 이끌어내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청룡무대상을 주라는 반응이 온라인에서 나왔을 정도다. 가수 박진영은 유명 팝송과 자신의 활동곡을 재해석한 파격 무대를 선보였다. 퍼포먼스 중간에는 MC석으로 향해 김혜수와 함께 ‘웬 위 디스코’(When we disco) 안무를 함께 소화했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선 건 제30회 청룡영화상 이후 14년 만이다. 무대 이후 작품상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이성민은 현장에 자리한 배우들에게 “박진영이 노래할 때 객석 반응을 TV로 꼭 확인해 달라”고 언급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김혜수에게 헌정의 의미를 담은 특별상을 건네는 정우성. 생중계 화면 캡처

존경·헌정·사랑… 김혜수 향한 말말말

올해 시상식은 청룡의 연인 김혜수를 떠나보내는 자리인 만큼 선후배 영화인들의 헌정사가 이어졌다. 시상자로 참석한 이정재, 박해일, 탕웨이를 비롯해 축하무대를 가진 김완선과 수상자로 단상에 오른 고민시, 송중기, 조인성 등 많은 이들이 김혜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주연상을 받은 이병헌은 “청룡영화상이 권위를 얻은 건 김혜수가 30년 동안 한 자리에서 훌륭한 센스로 진행을 맡았기 때문”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와 과거 KBS2 ‘직장의 신’을 함께한 정유미는 “10년 전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계속 배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 영원한 미스김 선배님과 이 상을 나누겠다”고 했다. 김혜수에게 특별상을 건네기 위해 자리한 정우성은 “김혜수가 영화인에게 줬던 응원과 영화인이 그에게 얻은 위로와 지지, 영화인과 영화를 향한 그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청룡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특별상을 받고 미소 짓는 김혜수. 생중계 화면 캡처

마지막까지 완벽했던 ‘청룡의 여인’

청룡영화상의 상징인 김혜수의 걸출한 진행실력은 올해 역시 여전했다. 단상에 오른 배우들이 떨려하면 다정한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에게 쏠리는 헌사에 답하는 말들은 우아했다. 시상식 말미 특별상을 받은 김혜수는 “한국영화의 동향과 지향점을 함께하고 싶어 시작한 청룡과 인연이 무려 30회, 햇수로는 31년이 됐다”면서 “서른 번의 청룡영화상을 함께하며 한국영화의 소중함과 영화인의 연대, 경외심과 존경하는 마음을 배웠다”며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다.

“청룡 진행자가 아닌 모습으로 여러분과 만날 제가 조금은 낯설지라도, 매년 연말 생방송을 앞두고 가진 긴장감을 내려놓고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저 김혜수도 따뜻하게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이 모든 순간이 유의미했고 큰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이 멘트도 마지막이네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보내세요.”

청룡영화상이 김혜수에게 전하는 헌정영상. 생중계 화면 캡처

다음은 수상작(자) 명단.

△ 청룡영화상 = 김혜수
△ 최우수 작품상 = ‘밀수’
△ 주연상 = 이병헌(‘콘크리트 유토피아’), 정유미(‘잠’)
△ 감독상 = 엄태화 감독(‘콘크리트 유토피아’)
△ 조연상 = 조인성(‘밀수’), 전여빈(‘거미집’)
△ 인기상 = 송중기(‘화란’), 김선호(‘귀공자’), 박보영(‘콘크리트 유토피아’), 조인성(‘밀수’)
△ 음악상 = 장기하(‘밀수’)
△ 기술상 = VFX 진종현(‘더 문’)
△ 미술상 = 정이진(‘거미집’)
△ 편집상 = 김선민(‘올빼미’)
△ 촬영조명상 = 김태경 홍승철(‘올빼미’)
△ 각본상 = 정주리 감독(‘다음 소희’)
△ 최다관객상 = ‘범죄도시3’
△ 단편영화상 = 유재인 감독(‘과화만사성’)
△ 신인감독상 = 안태진 감독(‘올빼미’)
△ 신인배우상 = 홍사빈(‘화란’), 고민시(‘밀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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