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책 두고 엇갈린 방법론…‘광역비자 vs 이민청’

지방소멸 대책 두고 엇갈린 방법론…‘광역비자 vs 이민청’

흡수책 ‘광역비자’ 관리책 ‘이민청’
최요한 “외국인 노동자 없는 농촌 정지돼”
“현장 방문하면 나올 수 없는 이민청 탁상공론”

기사승인 2023-11-29 06:00:45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이 지난 22일 국회 의정관 3층에서 열렸다. 사진=임현범 기자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소멸 방지책을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국회와 지자체는 ‘광역비자’와 ‘유학생 정책’을 내세웠고 법무부는 ‘이민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소멸 위기를 두고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전면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통해 이를 대응한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은 17개 부처와 청, 17개 시도와 함께 진행된다.

국회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회 입법조사처와 관련 상임위가 총출동했다. 국회는 지난 22일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소멸에 직면한 지자체장들의 절실한 호소가 이어졌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세미나에서 “지방에는 모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그 중 서울은 0.53명으로 가장 낮다”며 “수도권의 빈자리를 지방 청년들이 메꿔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50.6%가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며 “그 결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곳의 지방은 국토 면적의 60%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전체의 10%에 불과한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1000대 기업의 89.6%가 수도권에 있어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역을 잘 아는 지방정부에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권한을 이양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해야 역동적인 대한민국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지자체장들은 지역소멸의 초석으로 ‘광역비자’와 ‘유학생 정책’ 등 흡수책을 제안했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개월 단위로 수도권에 방문하는 문제가 지방의 노동력 해소 문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임형택 기자

반면 법무부는 ‘이민청’을 통한 관리를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세미나 축사에서 “유럽 선진 이민국의 담당 장관을 만나러 출장을 간 자리에서 외국인 정책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외국인의 자발적인 기여를 유도하면서 대한민국 청년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잘 다독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현재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용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라며 “다만 그 문제를 컨트롤타워를 가지고 불편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체류 자격의 계단식 인센티브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익을 받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불법 체류자를 엄단하겠다. 대한민국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에 외국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흡수에 초점을 둔 ‘광역비자’와 관리에 방점을 찍은 ‘이민청’이 맞서면서 지방소멸 논의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방 현장의 목소리와 내국인 차별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관계부처와 기관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는 법무부의 ‘이민청’이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없는 농촌은 사실상 농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법무부의 이민청은 마약과 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이 주가 된다. 지방소멸과는 거리가 먼 기관”이라며 “지방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을 때 농사에 실패해 밭을 엎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방문해 현장을 한 번이라도 둘러보면 이런 ‘탁상공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방소멸의 첫 과제는 줄어드는 인구와 생산성이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광역비자’ 정책이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야를 떠나 지자체장들의 한목소리가 나온 것은 제도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라며 “소멸하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의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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