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벌게진 남자가 침 바른 바늘로 달고나를 우산 모양으로 자른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기훈(이정재)과 똑 닮았다. 그는 팀을 대표해 우산 모양 달고나를 골랐다. 어려운 과제를 골라 팀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목구멍 아래에선 토악질이 자꾸 올라온다. 지난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이하 더 챌린지)는 한국 히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그대로 본떴다. 영미권 출신 참가자 456명이 456만달러(약 59억원)를 놓고 싸운다.
인기는 파죽지세다.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톱10에서 ‘더 챌린지’는 TV 시리즈 영어 부문 1위를 달성했다. 시청자 수가 2000만명을 넘겼다. 2위 시청자 수의 2배를 넘는다. 프로그램이 제작된 영국에선 첫 편을 200만명 이상이 봤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애플TV+를 제외한 주요 주문형 비디오 플랫폼(SVOD)을 통틀어 영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쇼”(데드라인)라고 한다. 쇼는 총 10부작으로 1~5화가 먼저 공개됐다. 6~9화는 이날 오후 4시부터 볼 수 있다. 최종화는 일주일 뒤인 다음 달 6일 베일을 벗는다.
다만 시청자들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다. 글로벌 비평사이트 IMDb에선 “시끄럽고 불쾌하고 무례하며 자기중심적이다. 알파(으뜸)에 집착하고 자만하고 성가시다”는 혹평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게임에만 집중하면 좋겠다”거나 “극적인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IMDb 평점은 10점 만점에 4.6점. 원작 평점(8.0)의 절반 수준이다. 또 다른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전문가 평점 45%를 받았다.
‘더 챌린지’의 한계는 폭력적 자본주의에 대한 원작의 비판을 계승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쇼를 두고 “흥미롭지만 위험하다”(BBC)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는 상금을 건 생존 경쟁이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가학적인 이면을 꼬집었다. 돈이 절실한 사람들을 꼬드겨 생존 게임에 밀어 넣는 자본가들을 풍자했다. ‘더 챌린지’는 드라마 제작 의도를 표백했다. “자본주의가 경쟁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구덩이에 빠뜨리는지 비평하지 않”고 “경쟁을 착취가 아닌 기회로 간주”(뉴욕타임스)한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트는 “‘오징어 게임’에서 경쟁은 자본주의의 비인간화를 보여주는 극단적 예시였다”며 “‘더 챌린지’는 원작의 표면만을 기반으로 하고, 작품의 가장 심오한 측면은 버리거나 훼손했다”고 평했다. 자본주의와 그로 인한 계급화를 비판한 ‘오징어 게임’과 달리 ‘더 챌린지’는 상금과 경쟁을 오락으로써 조명한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비평가 필 해리슨도 BBC에 “드라마는 후기 자본주의의 무자비함을 예리하게 풍자했으나 ‘더 챌린지’는 풍자적 분위기를 잃고 드라마가 비판한 대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가자들에게 다른 참가자를 제거할 기회를 줘 시청자의 분노를 사도록 연출했다는 지적이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참가자 432번은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했다가 “악당”으로 불렸다. 432번이 탈락한 후엔 다른 참가자에게 무례하게 군 161번 참가자가 ‘악마의 편집’ 표적이 됐다. 할리우드리포트는 “초반 에피소드는 특정 출연자에 반발심을 갖도록 연출됐다”며 “그 참가자가 탈락하자 다른 출연자들에게 계속해서 악당 역할을 넘긴다”고 비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