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내부 방만한 경영에 대한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내부 쇄신 작업이 더욱 고강도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은 지난 29일 SNS에 카카오 임원의 골프 회원권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폭로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이라 쇄신이 요구됐다”며 “파악을 해보니 특정 부서에서 투어 프로 수준으로 골프를 치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골프 회원권 75% 매각을 발표하니) 두 달간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며 “주말 저녁에도 골프의 필요성에 대한 하소연 전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제주도 프로젝트’ 등을 둘러싼 내부 방만경영 사례를 폭로했다. 김 총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제주도 JDC 내 카카오 본사 부지에 빈 땅으로 남아있는 곳에 대한 활용 계획을 세웠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와 장애인 예술공간 등이다. 오는 2024년 1월부터 시작될 프로젝트에 김 센터장은 카카오 스페이스 직원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한 임원이 “제주도에서 싫어할 거다.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해당 업체 선정에 대한 합의·결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총괄은 “다른 회사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떻게 7~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 데 모두들 가만히 있느냐”고 화를 냈다. 이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업무 관행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며 “판단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적었다.
이와 함께 부실한 경영체계도 꼬집었다.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를 받거나 근무지에 따른 보육시설 차별 등이 언급됐다.
김 총괄이 공개적으로 회사의 잘못된 점을 폭로한 만큼 보다 고강도 쇄신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카카오는 외부 감시 기구를 통한 쇄신을 발표했다.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를 설립한 것이다.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 등 학계와 법조계, 경영계 인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김 총괄도 카카오 사내에서 유일하게 위원으로 선정됐다.
김 총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센터장과 함께 삼성SDS에 근무, 30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김 센터장이 설립한 공익재단 ‘브라이언임팩트’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 총괄은 사내 골프회원권 문제를 정리해달라는 김 센터장의 요청에 “브라이언(김 센터장) 법인 골프회원권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할 수 있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카카오의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메타, 구글 등 해외 대기업과 달리 카카오는 계열사를 쪼개서 상장했다. 중앙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방만하게 조직이 나뉘어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김 총괄의 폭로 글을 보고 놀랐다. 사실이라면 대대적 혁신과 변화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