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민우혁 “눈물을 참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레미제라블’ 민우혁 “눈물을 참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연기하는 민우혁
지난달 30일 서울 공연 개막

기사승인 2023-12-02 06:00:02
배우 민우혁. 이음엔터테인먼트

배우 민우혁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만나고 인생이 뒤바뀌었다고 했다. 그전까지 그는 자신이 “뭔가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10년간 야구선수로 공을 던졌지만 발목을 다쳐 프로선수가 된 지 6개월 만에 은퇴했다. 20대 땐 가수로 데뷔했으나 매니저에게 수시로 맞고 사기까지 당했다. 마침내 다다른 곳이 뮤지컬. 그중에서도 ‘레미제라블’은 그가 늘 고비로 꼽을 만큼 의미가 큰 작품이다. “죽기 전 마지막 역할이 장발장이길 바랐다”고 할 정도다. 꿈의 배역을 따낸 민우혁을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만났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빵 하나를 훔친 죄로 징역 19년을 선고받은 장발장의 생애를 다뤘다. 민우혁은 8년 전 이 공연에서 혁명군 앙졸라를 맡았다. 역할을 따낸 날,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내내 울었다. 당시 민우혁은 무명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도전했던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션에서도 낙방했다. 새 삶은 그때 시작됐다. 오디션 심사위원이었던 김문정 음악감독이 ‘레미제라블’ 오디션을 제안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미련 없이 (무대를) 떠나겠다고 생각했어요. 체육 교사가 되려고 공부하며 스포츠 센터에 입사를 고민하고 있었죠. 그때 합격 연락을 받았어요. 더는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앞줄 왼쪽 두 번째가 민우혁. (주)레미제라블코리아

다시 ‘레미제라블’을 만난 민우혁은 “합격 후 딱 30초만 좋았다”고 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브링 힘 홈’(Bring him home) 등 장발장이 부르는 노래는 음역대가 넓다. 민우혁은 이 곡이 필라테스 같다고 했다. “힘으로만 부를 수 없고 속근육을 다 써야 한다”는 뜻이다. 뮤지컬만 10년 넘게 해온 이 배우는 뮤지컬 ‘영웅’에 출연하던 때부터 성악과 실용음악 등 레슨만 4개를 받으며 공연을 준비했다. “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발성을 기본으로 하되 거친 소리와 긁는 소리를 내 야수 같은 느낌을 내도록” 성대를 단련했다. 민우혁은 “앙졸라를 연기할 땐 희생, 용기, 희망에 집중했다면 장발장을 맡아보니 ‘레미제라블’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느껴졌다”며 “장발장 덕분에 저도 따뜻한 사람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민우혁에게 ‘레미제라블’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앞서 이 작품을 보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관객을 만났다고 한다. 민우혁은 “그전엔 무대에서 멋지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을 통해 배우는 작품의 본질을 표현해 감동을 주는 직업임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작품이 만드는 기적을 그는 믿는다. 자신 또한 팬들이 주는 사랑으로 힘을 얻는 기적을 여러 번 경험했다. 민우혁 “그래서 팬클럽 이름이 ‘밍(민)기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앙졸라로 처음 공연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배우는 요즘 무대에서 눈물을 참는다. 민우혁은 “스스로 공연을 잘 해냈다고 느낄 때 후회 없이 오열해보는 게 목표”라며 “‘레미제라블’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잘하고 싶단 욕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슬하에 두 자녀를 둔 민우혁은 장발장에게서 좋은 아빠의 모습을 배운다. “제게 뮤지컬은 인생의 나침반 같은 존재예요. 부정적인 상황에 놓일 때마다 제가 맡은 캐릭터들이 저를 인도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이번에도 그래요. 장발장을 연기하며 인간 민우혁이 잘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