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유미는 최근 남순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면 ‘남순아’라는 소리를 듣고, 김밥을 사러 가면 계산원이 남순이라 부르며 덕담을 해줄 정도다. 그보다 어린 학생들은 저를 지영이나 나연으로 부른단다. 그가 각각 JTBC ‘힘쎈여자 강남순’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맡은 역할들이다. 달라진 건 이름뿐만이 아니다. 본가에 가면 엄마가 사인 요청을 꼭 한단다. 지난달 27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천운이 잇따랐다”며 미소 지었다.
이유미는 최근 종영한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타이틀 롤인 강남순을 연기했다. 이유미를 비롯해 김해숙, 김정은 등 모녀 3대가 위기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영웅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이들 3인방은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곧장 직진한다. 이유미는 “당찬 여성의 모습에서 설렘을 느껴” 이 작품에 금세 끌렸다. 제목처럼 힘이 센 강남순은 아이처럼 해맑고 사랑스러운 면이 도드라지는 인물이다. 4층짜리 건물을 단숨에 뛰어오르는 등 초인적인 능력까지 가졌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초반엔 와이어 연기가 무서웠다”던 이유미는 “나중엔 줄에 몸을 맡기고 놀이기구처럼 즐겼다”고 돌아봤다. “강남순을 연기하며 그의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과 담대함을 배운 덕”이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힘쎈여자 도봉순’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있는 만큼 부담을 느꼈지만 “그만큼 더 노력하기로” 마음 먹고 강남순의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작품을 마친 지금, 이유미는 “나 말곤 아무도 강남순을 연기할 수 없기 때문에 100점을 주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미국 유명 모델 나오미 캠벨이 즐겨본다고 언급해 화제였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걸 새롭게 실감”한 순간이다. 드라마는 가족 사이에서도 인기였다. 이유미의 모친은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담은 작품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단다.
이유미의 배우 인생은 2021년 이후로 격변기를 맞았다. ‘오징어 게임’에서 연기한 지영 역을 통해 지난해 9월 아시아 배우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크리에이티브 아츠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리즈 여자게스트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또 한 번 흥행작을 남겼다. ‘힘쎈여자 강남순’ 역시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 이름 올리는 등 성공을 거뒀다.
성과를 내기까지 부침의 시간도 있었다. 독립영화계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었으나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징어 게임’ 출연 이후에도 한동안 서울 역삼동 등지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연기를 놓지 않을 수 있던 건 “언젠간 될 것이란 믿음” 덕이다.
“힘들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에요. 포기할까 싶은 때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연기가 재밌어서 다시 돌아오곤 했어요. 연기를 더 잘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극적으로 빠르게 성공한 배우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차근차근 올라왔거든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생겼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도전은 늘 재밌잖아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