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된다”…전두환 유해 안장지 거론된 장산리 [가봤더니]

“절대 안 된다”…전두환 유해 안장지 거론된 장산리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12-06 14:33:36
5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 예정지로 알려진 경기 파주시 장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멀리 임진강이 보인다.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임형택 기자

누군가의 묘지로 사용하기엔 널찍했다. 북쪽을 바라보니 임진강과 초평도, 저 멀리 개성공단의 모습까지 어렴풋하게 보였다. 간간이 새소리와 인근 군부대의 훈련 포 소리가 들렸다. 현재 시민들에게 전망대로 개방 중인 이곳에 가려면 비포장 언덕에 차를 멈추고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올라가는 길목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두환 유해가 문산에 웬 말이냐! 장산리 전두환 유해안장 결사반대’란 문구가 빨갛고 노랗게 적혀 있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지 예정지로 알려진 장산리 전망대다. 지난달 16일 서울신문이 전 전 대통령 유해가 경기 파주 장산리에 안장될 전망이라고 보도하며 이 장소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12·12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주)이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관심이 더 높아졌다.

전 전 대통령 유해 안장지로 추정되는 이곳은 현재 개인 사유지다. 하지만 시민들에겐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전망대에 방문한 시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평소 주변 학교에서 현장 답사로 종종 찾는 공간이었다. 시민들이 운동과 휴식을 즐기는 곳이기도 했다. 실제 북쪽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5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장산전망대 인근에 '전두환 유해안장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5일 경기 파주시 장산전망대에서 만난 파주 시민들은 이곳에 전두환 전 대통령 유해가 안장될 계획에 대해 “절대로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모(59)씨는 “역사적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묻히는 것이 싫다”며 “현재 파주 주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파주시 시민 고모(55)씨는 “연희동 집도 있고 본인 고향도 있는데, 왜 또 하필 파주시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고씨는 “회고록에 북쪽 바라보며 묻히고 싶다고 해서,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에게 다 해줘야 하냐”며 “여긴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오고, 외국인들과 시민들도 자주 찾는 공간이다. 더 이상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시와 정치권은 전 전 대통령의 유해 안장에 대해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지난 1일 김경일 파주시장은 SNS을 통해 “시민의 뜻을 받드는 시장으로서 유해가 파주시에 오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주시를 지역구로 둔 윤후덕·박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며 장지 조성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5일 지자체에 유해 안장 진행 상항에 대해 문의한 결과 “행정 절차상 진행된 것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현재 장지 절차 관련 서류 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장지의 정확한 위치 역시, 묘지 허가 신청이 들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6일 오전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필지 소유주는 “본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향후 매매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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