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을 잡는 ‘방구석 형사’가 이번엔 지휘봉을 잡고 단상에 오른다. 2년 만에 드라마 tvN ‘마에스트라’로 돌아오는 배우 이영애 이야기다. 6일 서울 신도림동 한 호텔에서 만난 이영애는 “제목은 ‘마에스트라’지만 오케스트라를 위한 드라마”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마에스트라는 여성 거장 지휘자를 부르는 이름이다. 이영애는 드라마에서 천재적인 실력을 지닌 지휘자 차세음을 연기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다룬 한국 드라마는 2008년 MBC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전무하다시피 했다. 여성 지휘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아예 없었다. 이영애는 이 점에 끌려 ‘마에스트라’를 택했다고 한다. 그는 진솔 지휘자에게 지휘를 배우는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바이올린도 익혔다. 차세음이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노력의 결실을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이영애는 기자들 앞에서 베토벤 음악에 맞춰 지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는 “슈만, 브람스, 베토벤, 모차르트, 헨델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드라마에 나온다”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함께 악기를 배웠다”고 했다. 최연소 오케스트라 악장 이루나를 맡은 배우 황보름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그동안 바이올린을 만져본 적조차 없었다. 캐스팅 직후부터 촬영 종료까지 8개월간 바이올린을 배웠다”며 “촬영 전날엔 벼락치기로 밤샘 연습도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마에스트라’는 차세음이 해체 위기 더 한강필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차세음이 옛 연인 유정재(이무생)와 작곡가이자 남편인 김필(김영재) 등과 갈등을 빚으며 이야기도 극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영애를 사이에 둔 두 남자는 촬영 때 자신에게 ‘너나 잘하세요’를 되뇌었다고 한다. 이무생은 “이영애는 화면으로 볼 때와 실제로 만났을 때가 똑같은 사람”이라며 “첫 촬영 때부터 이미 차세음으로 있어 주셔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영재도 “나는 템포를 천천히 올리는 편이지만 이영애를 만난 후 바로 작품에 빠져 들었다”고 했다.
이밖에도 배우 양준모 이시원 진소연 진호은 등이 오케스트라 단원을 연기한다. 호르니스트 세르게이 등 유명 클래식 연주자도 드라마에 깜짝 등장한다는 후문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정권 감독은 “음악이 한두 번 나오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에피소드마다 음악이 전쟁처럼 나온다. 이영애가 실제 지휘를 했고 배우들도 처절하게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오는 9일부터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20분 전파를 탄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