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디바’ 박은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쿠키인터뷰]

‘무인도의 디바’ 박은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2-07 11:00:08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은 지난해 한계에 맞닥뜨렸다. 전작인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촬영할 때였다. 긴 대사를 반복적으로 수십 차례 연습하다 보면 머리가 멍해지곤 했다. 올해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한계와 마주했다. 가수 역할을 맡은 tvN ‘무인도의 디바’로 인해서다. 지난 4일 서울 청담동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만난 박은빈은 “하도 노래연습만 하다 보니 연기를 제일 후순위에 둔 것 같더라”며 웃었다.

박은빈이 연기한 서목하는 가정폭력을 피하려다 바다에 빠져 무인도에까지 표류하는 인물이다. 15년을 무인도에서 보낸 그는 극적으로 구조돼 꿈으로만 간직하던 가수의 길로 한 발짝씩 다가선다. 평소 “노래를 좋아하지만 잘하진 못했다”던 박은빈에겐 도전적인 캐릭터였다. 목소리를 대체할 대역가수를 기용할지 고민하던 그는, 진정성이 잘 전해지지 않으리란 판단에 불꽃 튀는 연습을 시작했다. 음악감독이 박은빈에게 ‘녹음실 속 분투가 진정한 디바 도전기였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가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하루에 3시간씩 반년 동안 노래 강습만 43번을 받았단다. 발성 훈련을 거쳐 녹음에 돌입하며 노래 실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박은빈은 노래하면 할수록 “노래야말로 서목하를 표현하는 가장 큰 연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작품을 마친 지금 그는 “노래 실력에 100% 만족할 순 없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만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서목하를 연기한 박은빈. 나무엑터스 

해내게 한 힘은 특유의 빠른 학습능력에서 나왔다. 문득 ‘우영우’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어차피 이미 결정한 것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하니 최선을 다하며” 이겨냈다. 마음을 담아내는 연기를 할 때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 치유하는 이야기. 박은빈 역시 서목하로 인해 위로를 얻었다. “세상이 언제나 배신하진 않는다는 걸 믿고 목하처럼 ‘5분만, 50분만 더’라는 마음으로 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메시지도 실감했다.

성실히 달려온 박은빈에게도 목하와 같은 ‘좋은 날’이 왔다. ‘우영우’를 마친 이후 박은빈의 배우 인생은 달라졌다. 당시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이었던 그는 열기가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깨달은” 건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받았을 때다. 제안받는 배역부터 다양해졌단다. 그런 만큼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 박은빈은 “어려운 걸 해내는 일이 반복되면 오히려 피로감을 줄 수 있지 않나”면서 “도전의 아이콘이 될 생각은 절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우영우’처럼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또 만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것에 연연하진 않을 거예요. 그쪽에 기준을 두면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잘할 수 있을 거란 자기효능감이에요. 이런 작은 믿음들이 저를 나아가게 하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자꾸만 기대를 갖죠. 쉽지 않아도 해낼 거라고요. ‘무인도의 디바’ 속 서목하처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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