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큰형이 나머지 형제들과 상의도 없이 아버지의 재산을 대부분 독차지했다는 겁니다. 이 경우 큰형을 상대로 유류분을 요구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상속인 가운데는 상속회복청구와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중 자신이 어떤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속회복청구와 유류분청구를 상황에 따라 잘 판단하지 않으면 소송조차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상속 분쟁에서 제기되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과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전혀 다른 목적을 띄고 있다. 가령 상속회복청구소송 제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류분청구를 제기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만약 상속회복청구와 유류분청구의 구분이 어렵다면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유증이나 증여 여부에 따라 소송 종류를 판단해볼 수 있다.
민법상 유류분청구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이 특정 상속인에게 증여나 유증으로 재산을 상속해 나머지 상속인들의 상속권에 피해가 생겼을 때 제기하는 소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아버지의 의지로 특정 자녀에게만 증여 또는 유증을 통해 재산이 상속된 경우 나머지 자녀들이 최소한의 상속분을 주장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라는 뜻. 따라서 유류분청구는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증여나 유증으로 재산을 물려줬는지를 판단한 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반면 유증이나 증여 사실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가령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누구에게도 증여나 유증에 대한 사실이 없었고 상속에 관해 아무 언급이 없었던 상황을 말한다.
이 경우 일반적인 상속절차에 의해 모든 1순위 상속인에게 아버지의 재산이 공평하게 상속된다. 문제는 증여나 유증이 없었는데도 특정 상속인이 재산을 마음대로 독차지할 때 발생할 수 있다. 나머지 상속인들이 재산을 공평하게 돌려받고자 유류분을 고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증이나 증여가 없었다면 유류분이 아닌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상속회복청구소송이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권에 침해를 받았을 때 상속인이 그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만약 피상속인의 유증이나 증여가 없었다면 1순위 상속인들은 재산을 공평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 반대로 유류분은 상속인들이 공평하게 받아야 할 상속지분의 절반만 청구할 수 있어 상속회복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류분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상속분의 절반을 손해 볼 수 있다.
한편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상속인이 아닌 제3자 혹은 특정 상속인이 거짓으로 피상속인의 유증이나 증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법률에서는 거짓 유증이나 증여를 주장하는 사람을 참칭상속인이라고 한다.
만약 참칭상속인으로 인해 상속권에 침해를 받았다면 유류분이 아닌 상속회복청구소송을 통해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다만 민법 제999조 제2항에 따라 상속인 참칭상속인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에 의해 권리가 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할 때는 유증이나 증여에 관한 주장이 거짓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상속인이 상대방을 참칭상속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93다 44490)가 있다.